세상사.

[스크랩] 추석연휴.

홍률 2010. 9. 26. 23:01

 

 

 

 

 고향.

 

예년의 고향은 아닌 듯, 온 동네가 명절이어도 명절의 기분은 나지 않고 나이 든 부모님은 객지에서 찾아든 아들 딸들이지만 모처럼의 일손이기에 식구들은 그저 바빠 추석의 흐뭇한 즐거움이 엉뚱하게도 들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달 밝은 초저녁, 집집 마다에서는 너무나 고요해 웃음소리며 애우는 소리마저 없으니, 뛰놀고 내달으던 그 옛날 골목의 달그림자는 덩그머니 혼자서 거닐다 멋쩍게도 가던 길 돌아 집을 향해 있으니 명절의 고향은 서글퍼 밤하늘은 별 사이로 구름이 흐르더라.

 

 

 

 

 

팽나뭇골 저수지.

 

V자형의 저수 지형에서 갓골 쪽의 끝트머리인데 소나무 숲이 무성하고 녹음진 기운이 무척 드세다.

팽나뭇골 초입의 잡나무와 물오리 목 나무와는 판이한 느낌이어서 사진에 담았다.

물은 깊고 맑아 하늘을 담고 산을 그려 금방 산숲의 물속에서 새소리 들릴까 봐 눈과 함께 귀도 물에서 헤어날줄 몰랐다.

 

 

 

 

 

마당에 핀 꽃.

 

붉어 막 뿌려진 한 움큼의 속살처럼 땅에 엉기어 소복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우물가 흑장미.

 

강한 아침 햇살에 장미의 선홍빛 색갈이 담고 싶은 유혹으로 무척이나 선명했는데 결과는 서투른 사진사인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아래 조각공원 /  사구미.

 

미술전시관은 땅끝 사진전이 전시되고 있었고 공원은 채워진 느낌은 아니어도 드문드문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관심과 작품성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조성되어 고향에서도 깊은 문화적 갈증이 해소되기를 빌어보았다.

 

 

 

 

 

조각공원.

 

주변의 수목들이 해양성 수종으로 조성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

 

 

 

 

 

조각공원.

 

심도 있는 작품들의 유입이 아쉬웠다.

 

 

 

 

 

백일도.

 

만일 지금 검토되고 있는 목포와 제주 간 고속철도가 실현된다면 보길도까지의 해상구간의 해상로 시발점이 될지도 모를 지점인 백일도이다. 보길도부터가 해저터널이라면 해상로의 시작인 육지 끝은 할 구미가 아닌련지 심히 기대된다.

 

 

 

 

 

우물가 흑장미.

 

햇빛에 빛나는 꽃봉오리. 반해서 꺾어 왔는데 내년에는 매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후박나무.

 

해양성 수종이자 약재로도 쓰인다 한다. 큰골 아버님 산소의 바람막이로 몇 해 전 식재했는데 많이 자랐다.

 

 

 

강원도 영월.

 

영전에서 추석을 지내고 강원도를 가는데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국도를 이용해 하루 종일 쉬엄쉬엄 골짜기를 찾아들었다. 천등산 박달재를 넘어 남치 악의 구비구비를 타는데 영전에서의 더웠던 차림은 서늘한 골짜기 기온에 벌써부터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연중 반년을 겨울나기로 생활한다는데 왜 굳이 따뜻한 곳을 피해 한기 서린 심심산골을 택하는지 산이 가려 하늘도 적게 열린 산중의 생활에 도시 알 수 없는 심사는 산새 소리마저 애잔스레 골짜기를 울리는 듯하다.

 

 

 

 

 

영월 두산리 상터.

 

골짜기 물소리가 아침잠을 깨웠다. 보니 운무는 걷히어 하늘로 피어오르고 콩밭은 아직 여물지 않아 푸르름 그대론데 잡풀은 무성히 씨 꽃을 터트리고 있다. 한가히 장년에 맞이하는 아침 산속 공기가 달콤하지만은 않은 까닭은 한기가 스며있는 탓이리라.

 

 

 

 

 

상처 골짜기.

 

계곡의 물은 일 년 열두 달 쉼 없고 청아함도 변함없었다. 이번 비로 더러 쓸리고 깎이었으나 자연은 그대로고 방치되어있는 모습 그 자체가 산골인 것을!.

언제이든가 짧은 여름날, 오후의 질긴 햇살은 독사를 졸리게 하고 청솔 쥐 내달려 고적한 그늘은 산이 깊음을 알 수 있게 했다.

 

 

 

 

 

공사 중인 다상 옥. /  상태에 있는 다은이네 집.

 

금년의 비는 공사를 더디게 하고 잡풀은 우거져 인적의 발걸음이 무척 이도 기다려지는데....

모서리 튀어나온 사각 공간에 누대를 올려,

가는 해 바라보고 구름 넘는 산 붙잡으며 술잔 기울이면 그 누가 신선이 따로 있다 말하겠는가?.

 

 

 

 

 

다상 옥 마당의 산뽕나무.

 

금년에도 오디를 따 술을 담갔으니 매년이 술이요 날마다 뽕이라 벗은 마당 한가운데 있으니 그 향기 또한 일품 아니겠는가?.

 

 

 

 

 

상처 골짜기.

 

흐르는 물, 이끼 져 세월 속에 덮인 산속 계곡, 얼음처럼 부서지는 차가운 청량감은 한없이 시원하고 속 깊이 파고드는데 속세에서 벗어난 시간의 여유가 언제쯤 찾아와 줄는지 미련은 골짜기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

 

 

 

 

 

강원도 심심산골 상태. /  통신 불가 지역이다.

 

나뭇잎의 원래 색깔은 초록인데 햇빛 받은 잎사귀는 실제의 빛으로 변화무쌍해 하루의 시간,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빛은 무척이나 오묘하고 다양하다. 운무가 산을 따라 재를 넘고 키 큰 박달나무잎은 햇볕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리는데 산속의 늦은 아침은 신비스러워 여러 가지 생각이 서로를 뒤집는다.

다상 옥의 공사 진척을 보니 더 이상 비도 아니 오셨으면 좋겠고 일이 순조로워 겨울이 닥치기 전에 기본적인 윤곽이 나왔으면 싶다.

무서리 내리고 단풍이 물들면 베치카의 타오르는 장작불 꽃이 마냥 좋아 곁을 떠나기 아쉬울 텐데 비여 더 이상은 반가운 손님으로 찾을 때까지 내리지 마시옵소서....

 

 

 

 

 

 

 

메모 : 2010.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