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스크랩] 또래.
홍률
2011. 2. 3. 00:51
그믐달이 뜨고 별이 돋는 밤하늘도
상고대 핀 잎 진 가지의 반짝임도
새벽으로 가는 잠 못 이루는 이 모습도 어쩌면 그대로 인 것을.
거리는 새로워지고 사람은 스치는데
그때를 기억하는 그날의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또래라고 해야 하나.
또래들은 같은 시절을 알고 있어
같은 골목을 어깨동무하고
같은 노래를 목메어 부르던 그 시절을 또래들은 이처럼 그리워한다.
시위 떠난 화살처럼 깜박 이는 순간처럼
잠깐이면 가 버리는 푸른 잎의 계절과
하얀 밤의 한 해가 또래들은 놓을 수가 없고 보내기가 싫어
다 같이 기억하는 그날의 설날도 또래들은 이처럼 그리워한다.
골목에 한 주먹씩 놓아 액맥이 하던 붉은 황토흙도,
진자끝자, 진자 끌자 외쳐대던 가랑이 사이의 대나무도,
밤눈 어두워 밤길 돌며 액땜하던 부엉이 눈은 헐떡, 북실이 눈도 헐떡, 소리치던 그 악동들도,
그믐날 저녁 복돈 타고 도방끌 나와 액맥이 굿 치는 끄트머리 꼬랑지 따라 꽹과리 소리 신이나던 그 어린날의 까치설날,
나이 들어서도 설날은 설날.
그때 또래들의 많은 얼굴들이 참말 그리워진다.
도시의 그믐날,
변해버린 설날, 까치까치설날!
이제는 복돈 주는 설날.
그때의 또래들에게 복 많이 받으시라 기원하면서 눈 서리꽃의 아름다움을 그리움처럼 바치오이다.
메모 : 2011.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