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순희.
한참이나 골 따라 들어서고, 그러고도 구비구비 첩첩산중을 질주했다.
상쾌한 이슬비 물안개 되어 산봉우리 더욱 뚜렷하고
흩어진 물안개 이슬비 되어 물방울 맺히는 능선의 곡예가 목물만큼이나 짜릿했다.
대암산 기슭에서 잠깐의 휴식이 있었고,
동행한 순희는 목마름의 갈증을 풀어주는 친구가 되어 달콤하게도 망설임 없이 시원스레 먹을 수 있었다.
텁텁하지 않은 그 맛이 예전에는 몰랐던 달콤함으로 순희는 산이어서 더욱 좋았다.
자주색 쑥부쟁이가 껑충하게 피어있어 산길은 외롭게 지나가고
당귀는 송이송이 밀가루 젖은 그런 색깔로 맺혀 꽃을 피웠다.
과꽃도 풀숲에서 하느적거리는데,
한 묶음 따다가 핑계라도 순희 앞에 놓아줄까, 다시 이는 목마름을 주저앉아 쳐다보고 그만 두자 달래었다.
적송의 향기는 의지를 자극했다.
깊게, 깊숙이도
병풍처럼 에워싸는 이처럼의 높은 산이 너무 좋다.
코끝에 와닿는 나무향과 이름 없는 풀들, 제각기 풍기는 산내음이
풀꽃이 되고
열매가 되고
뿌리가 되어
산에 있는, 산에 사는, 산이 되어
해와 달이 같이 있고
별과 구름 친구처럼
바람은 비와 함께 산을 불러 순희도 달콤함으로 그 곁 떠나지 않고 위안이 되었으면.
밝아오는 아침이 좋았다
늦게 환해지는 산중의 아침이지만 고개를 들면 갖가지의 산 모습이 평온처럼 다가선다.
산협의 무리들이 의기로 맺어짐은 환해지는 아침의 산 때문일까,
산에 아침이 찾아들기 때문일까.
아침을 넘어서면서도 산의 아침이 그냥 좋았다.
저무는 산은 왠지 쓸쓸하고, 혼자 남겨지는 서글픔으로
우거진 숲 속의 아름다움이 외진 산길의 외로움으로 변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산은 가을을, 저만큼이나 따라오지 못하게 붙잡을 수는 없을까
숲 속의 가을은 또 외로울 텐데
그래도 물든 단풍은 외로움보다 더 고운걸.
붉은빛의 단풍이 짙게 드리우는 저녁나절, 아침과는 다르게 순희도 노을 속에 있을 것이다.
산에 들면 어느새 동행하는 순희도, 짙은 노을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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