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세계 1
너의 세계에서, 언제나 너는 너만의 세상을 꿈꾸고 만화 같은 이야기를 역어나갔다.
수많은 캐릭터 중에
다양성을 갖추기란 힘든일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네고생이 지대했지만 지켜보는 우리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너는 그것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면서 표현의 만족감을 느끼고 동호인들과 교류를 지속 시켰다.
쌓이는 의상과
캐릭터가 갖추는 모든 액세서리가 방안을 무던히 어지럽혀도 언니는 항상 너를 응원했었지.
갖추고, 보관하며.
되판 숫한 시간들이 너의 당당함으로 이어져 행사장을 찾아 서울과 수도권을 그리도 활기차게 나서곤 했다.
서울처럼 거리가 가까워, 가까운 곳은 의상을 갖추고 나서서 웃기기도 했지만
부천이나 인천처럼, 먼 거리는 가방을 들쳐 멘 모습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오르내릴 너를 숫하게 걱정하기도 했었다.
집이 가까운 동네의 AT센터는 이제 두고두고 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고
홍대는 너의 분장과 의상이, 그리고 열심히도 만들어 팔아치운 너의 분신들이 생각나게 하는 지명이 되었다.
중3 때 집에 있던 소형 카메라를 놔두고 캐논 카메라를 사달라고 했을 때 네가 원하는 400D가 그렇게 비싼줄은 몰랐었다.
지금은 한물간 모델이지만 중학생이 프로도 아니면서 고가의 카메라가 왜 필요한지 나를 설득하라고 했을때
그때도 넌 나를 충분히 이해시키려 귀엽게도 조잘거렸지....
인형이 그랬고,
인형 옷을 두고도 그러했다.
둘이서 인형옷 옷장을 만들면서 파격적인 색깔을 칠해주기를 원했을 때 너의 색상에 관한 감각을 엿볼 수 있었고
인형과 인형 옷이 놓이는, 혹은 걸거나 전시되는 것에 대한 수다는 나를 기쁘게 했다.
너는 그때 그랬지.
아빠는 다른 친구들의 아빠 하고는 다르다고, 왜냐고 물었을 때 너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들의 아빠는 이런 것(인형, 일본 만화, 각종 캐릭터와 부장품, 인형 옷 등)을 좋아하는 자체도 싫어하는데(공부만을 위해)
아빠는 옷장까지 만들어 준다면서,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언니에게도 그러했지만 너도 마찬가지로 평생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종사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직업으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러기를 너에게도 원했었다.
그래서 넌, 일본어도 스스로 익혔고 내성적인 성품인데도 코스프레에서는 항상 당당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굳게 한 약속이 일방적으로 네 마음대로 선택됐을 때,
비록 아빠가 부재중이었다 해도 실망스러움과 분노는 두고두고 너와의 갈등이었다.
나의 말대로 인문계와 남녀공학의 학교를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도 대학 진학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여학교를 넌 지원해 버렸다.
어떻든 대학은 서울이 아니어서 통학이 고생스러웠지만 나름의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그동안 내색도 하지 않은 네가 고마웠었다. 그러다 4학년이 되면서 1학기 6개월만 학사촌에 있겠다고 했었지.
그렇게 너만의 세계에서 너를 단련시키고 인성을 쌓으면서 올바른 품성을 기른 네가 사랑스러웠다.
말이 없고, 나서기를 주저하며 낯을 가리는 외적인 성향은 성장기의 꽃인 중, 고의 여학교 과정도 원인이 다분히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주말이면 서울 부근의 산을 가고, 도봉산의 바위도 타면서 태권도장도 열심이던 네가 어느 때부터인가 여학생이 되어 버렸다.
남학생도 없는 여학교의 여학생이.....
그래서 시작된 너만의 세계.
그때부터 넌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옛날 사진
지나간 사진을 보고 그때의 모습을 들추어 보는 것도,
그리고 이 공간에 너를 저장하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컴퓨터에 너의 모든 것을 담고서부터 사진첩에서는 그 이후의 네 모습이 없어서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 공간에서 너와 마주하는 것도 사진첩과 같이 사랑스럽다.
무엇보다도 대화랄까,
너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좋구나.
네가 붙여놓은 이름 [옛날 사진]을 너의 공간에서 이곳으로 카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