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벗.

찾아온 벗

홍률 2013. 7. 19. 00:08

 

 

 

 

 

날마다 내리는 비.

오락가락하다가도  그치는가 싶게 있을 량이면 장대처럼 쏟아진다.

하늘도 심심해서 일까.

장맛비가 이것저것을 들쑤시며 지루하다.

 

편치 않은 심사,

심중에 말이 있어도 내색하기 싫고.....

 

전화가 왔다.

들리겠단다.

오지 마라 했다.

 

그래도 찾아온 벗!

 

서로 나누는(지난 일) 말없이,  일상적인 것만 이야기하면서 술잔을 비웠다.

그래 고맙다.

이렇게라도 술잔을 주고받으니 좋구나.

너희들의 묵언(어떤 것에 대한)이 위안이 되고 위로차 와 준 그 마음씀이 정녕 사람의 냄새로다.

 

영빈이는 대사를 치르고 난 뒷 자랑과 이야깃거리가 오죽하랴마는

코빼기도 아무 말 안 비치면서 허허거리는 네 심정이나 나나 이 무슨 빗속에 청승이냐 싶다.

허지만, 가슴으로 나누는 말이기에 다시 채워지는 술잔이 실로 정겹다.

 

벗이여!

술맛이 좋다.

술맛이 난다.

 

빗속에 수국이 분홍으로 빛을 잃었다.

꽃이 지고 나도 푸른색을 두고 싶어 일부러 잎을 솎지 않고 무성하게 잎만 자라게 했는데 꽃송이가 몇 안된다.

그 곱던 색채며 송이죠 나부끼는 많은 꽃잎들이 햇살 안에서는 화사 하더니만 빗속에서 청초 하지가 못하다.

꽃잎 위로 후드득 비가 지나간다.

처량한 빗방울이 꽃잎을 때린다.

 

그래도 친구에게 대사를 잘 치렀냐고 술을 치니

늙으신 노모며, 팔순도 중반인 고모님 안부까지 섞어가며 이야기가 꽤 많다.

자식의 혼사이니 얼마나 대견했겠는가.

하지만 배려인지 화두를 다른 것으로 얼른 돌린다.

창식이 이야기도 하고,

번들이 정갑이 놈 술잔에 술도 채우면서,

창식이는 약속이 있어 먼저 일어나는데, 빠듯한 시간 때문에 얼굴이나 보자며 들렸다니 그냥 고맙다.

 

허전하고,

허망스러운 일이라 서로가 조심 스러이 말들 하지만 무에 그럴 것이 있나 싶다.

어차피 격고 난 일.

일상은 찾아들어, 세상사가 그러한 것인 것을 하며 이미 느껴본 나이이니 초연하리라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벗들의 방문이니 술과 함께 친근하기만 하다.

 

아직은 경사스러운 일로, 기분 좋은 만남이 많았으면 한다.

그래야 이 딱딱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평시에 격조했던 시간들을 가끔씩은 만나 회포를 풀어온 것이니 서로를 위로할 때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우리 모두 굳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