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사는 기준

홍률 2015. 7. 8. 15:58

 

 

 

 

ㅣ  2014. 12. 22

 

 

아침식사를 하고 한 시간이 지난 즈음 유자차를 마시기 위해 더운물이 나오는 간이주방으로 물을 받기 위해 컵을 가지고 갔다.

그곳 한쪽 식탁에서는 보호자 두 아주머니께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계셨다.

보호자 식탁은 지하1층 직원식당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과일과 컵을 씻는 싱크대가 있고 더운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있어

더러는 이곳에서 보호자들이 식사를 하신다.

 

이때 마침 내 또래 아저씨 한 분이 컵라면을 들고 오시면서

"에이 자식이 아니고 원수다 원수 고마"

하시자 식사하던 아주머니가

"와 또 그라시는데에"

"아침밥 묵은지 얼마 됐다고 지 식사 시중들어주고 나서 라면 하나 묵으려고 물 부어 났더니만 라면 냄새 좋다고 뺏어 묵어삐러 이렇게 물 타러 와 왔는가"

"자식이 다 그렇지요"

"돈 들여 갈켜 났지, 지 몸 상해 병원에 있으면서 병시중 다 들제, 그런데도 지 아비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한다 아닙니까"

"그러네 거 직장 존대 다니고 색시도 참하다 아닙니까"

 

그때 옆에 아주머니가 관심도 없는 척 식사만 하시다가 대뜸

"참하면 뭐하니, 씨압시가 지 서방 위해 개지랄 다해도 가만히 앉아서 입만 씨부렁 거리고 마"

"언 지에 우리 며늘아가도 직장에 다니니까 여기 오면 피곤하다 아닙니까"

"직장은 개뿔, 됨됨이가 되어야지"

"그러지 마세요 우리 아도 그랬지만 며눌애기도 돈 많이 들어 공부했다 아닙니까"

"그게 장땡이가 돈 자랑하는 기고 뭐꼬, 사람 사는 기준이 뭐꼬 돈이 가, 자식이 부모 공경해야지 부모가 장가간 아들, 며늘이 수발 들어서야 쓰갔나 그것도 씨엄시도 아니고 늙어 꼬부라진 남정네가 왔다 갔다 해도 며늘이는 지 서방 눈만 맞추고 있으니, 와 할망구가 안 오는지 아나 옆 병상에 사람들 보기가 민망해서 안 온다 안 하나"

 

처음 아주머니

"근데 와 카는데"

"같은 병실에 있으면서 우리 영감이 말은 안 해도 내 자식들 병문안 오문은 데리고 휴게실로 가는 게 영 그라드라고"

"사는 게 그렇지, 그래도 이 아자 씬 돈 있다 아이가"

"맞심더 아 키울 때 돈 많이 들었습니다"

"문둥이 -, 와 후딱 라면이나 챙겨 가세요"

"자식이 문제제"

"사는 기준이 문제 라카이"

 

그래,

무엇이 문제인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요일 아침.

식사 마친 아들이 수발드는 아버지의 라면을 뺐어먹다니, 상배 같았으면 어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