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꽃제비

홍률 2015. 10. 13. 23:50

 

 

 

2015. 1. 8

 

 

꽃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새처럼 자유롭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왜 꽃제비라 부를까.

 

꽃처럼 연약하고 새처럼 온순해서....

 

꽃제비는 꽃 이름이 아니다.

새 이름도 아니다.

 

거리와 장마당을 헤매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들.

상한 음식을 주워 먹거나 풀을 뜯어먹고 구걸을 하거나 음식물을 훔치는 아이들.

수많은 위험 속에 살지만 위험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배고픔 때문에 독풀을 뜯어먹다 죽고 도둑질을 하다 맞아 죽는 아이들.

 

먹을 것이 없어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을 꽃제비라 부른다.

'꼬체 비에'는 러시아어로 유랑, 유목, 떠돌이라는 뜻이다.

 

어떤 언어에서는 꽃과 제비라는 아름다운 말이

어떤 언어에서는 비참한 의미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꽃제비는 아름다운 방랑자 일까

비참한 방랑자 일까

어느 쪽이든 방랑자는 죽을 만큼 배가 고프고 하루의 해는 길기만 하다.

 

꽃제비들은 북한 전역에 흩어져 살며 특히 북, 중 접경지역에 수렴한다.

혼자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무리를 짓기도 한다.

그 편이 살아 남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인명의 손실은 슬픔이지만 미래에 있어서도 크나큰 손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