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났단다
2015. 11. 19
금년 겨울은 눈이 많이 올 거라 한다.
두 거인, 두 세력이라고 해야 되나?
시베리아의 거대해진 한랭기류와
서태평양의 슈퍼급 엘리뇨가
하필이면 한반도상에서 자주 부딪쳐 눈 구경을 많이 하겠단다.
지금의 비도 엘리뇨 영향 탓이라고 하니
입동 이후로(11.8) 비 구경은 많이 하고 있다.
다행히 곡식도 다 거더들이고 과실도 수확한 이후의 비라 가뭄 마당에 탓할 것도 없지만 그렇지 못한 곶감농가는 또 근심인 모양이다.
연중, 그래도 한가한 입동 무렵의 어릴 때를 생각해 본다.
탈곡과 보리갈이도 끝나고
건장이나 매면 될 시기.
탈곡 끝에 남은 부검지를 날리고
집집마다 양포 갯짝기로 나가 김장배추 씻어와 물 빠지게 손보거나 김장을 하고,
건장 나람 엮니라고 한가하니 겨울나기 준비하며 잡일로 보내는 이때,
미리 담가논 싱건지에 감지 묵던 맛이며
발 장치던 누나들이 월편 떡 추렴해서 노나 먹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남자들은 골목마다 돼지 추렴도 했었지.
제사 때 쓸 감들은 썩짝에 담아 시렁에 올리지만은 꺼내 먹는 감은 감잎과 함께 썩짝에 담아, 말리며 창고에 놔두면 날마다 홍시 추려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입동은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이지 꼭 그때부터가 겨울인 것은 아니다.
이제 머지않아 소설(11.23)이 다가온다.
비로소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불꽃이련가.
붉은 단풍이 지고 숲은, 그 속의 나무들은 동토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잎들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로 추위를 견디며 얼지 않아야 한다.
설해목 터지는 소리가 구중 산곡을 울리고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나무 가지가 쩍 쩍 갈라지기 전,
겨울잠을 자는 양서류나 동물들도 입동을 전후해서 포식한 기름진 몸들을 누인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몇 번인가의 십 년을 보내버린 지금,
언제 지나갔는지도 몰랐던 입동을 시제 날짜 보느라고 달력을 보다가 절기를 확인했다.
자연의 순환주기도 환경 탓이련가.
농사짓고 시골 살지 않는다고 잊어버려지고 마니 시신경만 자극하는 이슈들 속에 시월상달은 반원을 넘어서고 있다.
[누워있는 나부]가 우리나라에 전시되고 있단다.
진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사진으로만 보자 한다 자신에게.
입동은 그렇게 겨우살이 준비로 절기의 열아홉 번째가 되지만 다섯 번의 겨울 절기가 지나고 입춘이 오면은 그때는 곧, 봄이 오리니 봄은 또 향기롭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