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2016. 3. 16
1954년
손 노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 노쇠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긋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무심히 봄날은 간다.
병대의 화분에 동백꽃 피고 순자네 베란다에 만화방창 꽃들이 현란한데 그저 봄날은 부질없이도 흘러만 간다.
우리랑 같이 태어난 노래.
전쟁이 끝나고 햇살 부신 봄날은 왔는데...
열아홉 앙가슴 꽃이 피는데,
보릿잎 뜯어 입에 물고 그 사람 쳐다보지만,
올봄도 데려가지 않으려나.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
달래나 고개를 눈이 짓무르도록 기다려 보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신작로 길에
두 주먹 가슴에 품고서 원망도 해 보지만
꽃이 피고
새가 날며
별은 뜨는데
같이 웃자던 너는, 이 봄이 그리 무심한가요
봄비가 내리면 가슴은 더욱 살랑거려
풀잎 젖어 신발은 질척거리고
짖꿎은 발길질은 풀잎을 물에 띄어 보내는데
애타는 꽃편지 그대는 아시나요.
그래요,
보리고개 넘기면 우리 살아봅시다.
진달래 뜯어먹던 동생들이 핏기 오르고
보리죽이라도 어머니 앞에 놓을 때쯤이면
그대 열아홉 족두리 쓰고 내색 시 되어주오.
봄날은 가도 너는
나의 꽃!
나의 별!
나의 피앙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