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제는 평온한 마음으로

홍률 2017. 3. 4. 14:42

 

 

 

 

 

 

 

 

 

 

 

 

 

 

 

ㅣ 이제는 평온한 마음으로

 

 

*

 

-  지우 친구들이 남긴 편지  -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있을 지우에게

갑자기 날씨가 겨울처럼 추워진 10월의 끝이 보일 때쯤, 우리의 졸업전시회를 하게 되었어.

지우야 축하해 -

남서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과 17번째 졸업전시회의 주인공 104명 중, 한 명은 바로 너야!

4년 동안 열심히 학교생활을 함께하며 힘들었던 졸업작품을 같이 마쳤고, 우리 도록에 들어갈 프로필 사진을 찍었던 게 생각이 나.

학교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며 밝게 물든 염색머리가 아직도 생각나는 그런 독특한 점이 많은 친구였어.

졸업하는 104명의 친구들 중 졸업작품 과목 5개 모두를 한 친구가 2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지우 너였지.

그만큼 열정도 많고 좋아하는 일에 욕심도 있는 재능이 많은 친구라고 말해주고 싶어!.

 

지우야,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서 더 많은 추억들도 못한 게 너무 아쉽게만 느껴져.....

마지막으로 널 떠나보내는 날,

지우 너의 가족분들도 만나 뵈었는데 아버님, 어머님, 언니까지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어.

슬픔이 말로 할 수 없으실 텐데 너의 친구들이라고 우릴 계속 챙겨 주셨거든....

나중에는 따로 블로그를 통해 우리에게 아버님이 감사 인사 말씀도 남기셨어. 다들 너처럼 좋으신 분들이야.

가족들의 바람대로 지우 너도 하늘나라에서는 꼭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곳에서 너의 몫까지 열심히 하는 우리 친구들도 지켜봐 줘.

 

지우야,

이렇게 기쁜 날이 되니 네가 더 보고 싶구나.

많은 친구들도 지우 너를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해.

지우야,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게.

너의 졸업작품이 더욱 빛나는 17대 졸업전시회에서

너를 보고파하는 친구들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남서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과 4학년

지우의 친구들이 -

 

 

*

 

 

오늘 우연이 집이 좁아 구석에 쳐 박아둔 책 박스 안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책을 펼쳤더니 지우의 17번째 졸업작품전시회 출품작이었다.

가고 없는 지우를 위해 친구들이 추모의 글을 각 책 속에 담아 혜화동 남서울대학교 아트센터 갤러리 이앙에서 작품전시회를 하면서 나눠주었다고 한다.

가고 없는 아이.

아침마다 아이의 제단 앞에 생수를 따르면서 가슴으로부터도 떠나보낸 아이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사진으로 남겨진 미소 띠운 얼굴을 보면서 평온한 일상이 자리 잡았다.

 

혹 모른다.

입관식을 할 때 염을 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헤어지지만 이생에서 부모와 자식 간으로 만났다가, 자식인 네가 먼저 가니 불효 아닌가? 

그래도 금생의 인연이 있었으니 너와 나, 내가 죽기 전에 무슨 인연으로라도 다시 한번 더 만나 못다 한 기쁨을 나눠보자'

했으니 그 인연의 고리가 맺어졌으면 좋겠다.

 

만일 그때 그런 일 없이 지금 지우가 곁에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을까?

여전히 늦잠 자고, 먹는 걸 즐기고, 지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고집불통이겠지.

고3 내내, 입시는 염두에 두지 않고 무언가 만들어서 코엑스다, 홍대다, 대학로다, AT센터, 쫓아다니면서 사고팔고 하더니만 급기야는 일본, 홍콩, 상해까지 친구랑 다니면서 스스로 여행경비를 충당하는 아이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학의 인맥도 중요하니 대인관계 차원에서 서울의 대학교를 들어가야 하니 제발 대학 진학하고 나서 너의 길을 가라고 했어도 고3 때, 홍익, 경희 대하고 몇몇 대학교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더니만 공부하고는 담을 쌓아 버렸다.

서울 밖 남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다니다가 1학년 때, 고교시절 다니던 고도 미술학원에서 입시생 시간강사로 용돈을 버는 걸 보고 졸업 후 취직이 안되면 학원강사도 괜찮겠다 했더니만 기껏해야 선생 하려고 지금까지 공부했겠냐며 1년 계약기간 끝나니까 그것도 때려치운 아이였다.

 

코스프레의 더욱더 대담해진 옷차림과, 미싱까지 사다가 옷을 만들고, 박스를 만들고, 컵을 디자인하고,

출품을 하고, 그런 일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세계의 전부였으며 행보는 무아지경이었다.

그러면서 생기는 수입은 친구들과 어울려 난이도 있는 음식을 먹고, 장소를 구경하고, 콘서트다 영화다 관람을 하면서 스스로를 즐기며 보낸 아이, 그래서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지켜만 보았다.

 

지금은 별이 되어 아름다운 밤하늘을 나에게 안겨준 아이, 가끔이면 율동공원 넘어 태재고개를 선사한 아이, 그렇지만 남아있는 세 식구에게 우울한 그리움보다는 깊이 있는 삶의 무게를 선물한 아이,

지우 너는 그러해서 매일 웃음 웃는 너를 보며 같이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