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7월
2016. 7. 25
ㅣ 그때 7월
빨간 고추잠자리가 맴을 그리는 저녁때,
미쳐 공판을 끝마무리 못한 껍보리를 마당 가득히 말리다 밤이슬 때문에 덕석을 걷고서 마당 한가운데 밀대 짚으로 짠 거적을 펼친다.
누워서 바라보는 달마산의 붉은 노을과 불타오르는 석양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원옥이네 집과 마주 한 앞 돌담,
담쟁이덩굴과 호박넝쿨이 뒤엉켜진 가운데 동그란 풋호박은 된장국 끓여먹기 딱 좋고 단감나무의 단감은 아직 맛이 차오르지 않았다.
옆집 영매 누나가 팥죽 양판을 들고 오면서
"수원아, 니 팥죽 좋아하지 우리 바꿔먹자 난 울음 쟁이 지짐(황색 이조림) 먹으련다"
호들갑 거리는 영매 누나를 친구인 소자 누나가 반긴다.
토방에 겸상한 할머니와 아버지가 웃는다.
마당에는 식구가 꽤 된다. 식사 때는 늘 한두 명의 군식구가 는다.
마봉에서 참외 팔려 왔다 해를 놓친 아줌마며 양포 현애 누나, 곤포 생선 아줌마, 그리고 규 원형 친구들, 그래도 덕석을 피해 여기저기 펼쳐진 밀대 짚 꺼적위에는 달그락거리는 여름 저녁의 만찬이 있다.
7월은 먹거리가 애매하다.
콩밭의 우거지나 열무가 아니면 보드라운 풋것은 없고 김장김치나 단무지, 파김치, 갓김치도 군내 나기 시작하여 물로 씻어내 새로 묻혀 먹을 수밖에 없다. 텃밭에 물외와 토마토는 매일 따먹어도 항상 매달려 있다. 점심때 된장과 한 바가지 풋고추가 그래도 제일이다.
준치창 젖 하며 대미 젖이 여름의 별미이기도 하다.
철 나무 철 때에야 갈치도 구워 먹을 만큼 살이 오르지만 지금은 호박 넣고 갈칫국 끓일 만큼 갈치도 살이 올랐다.
논매기가 한창인 7월, 팥죽도 좋고, 시원한 사카린 냉국수도 좋다.
콩물에다가 우무를 채 썰어 호로록 마시는 맛이란 아마 이때 아니고선 그 진정한 맛을 모를 것이다.
짜디 짠 뻘떡기(게)도 여름 밥상에 오르고 참기(게)도 이때부터 가을까지 밥상에 오른다.
부삮에 잿 거름으로 키운 솔도 간장에 묻혀 상에 오르면 비벼먹기도 한다.
궂은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이면 보리와 콩도 볶아먹고 녹두죽에 간재 미죽도 쑤어 먹는다.
학교에서 받은 무상원조의 분유 가루를 섞어 만든 개떡도 꿀맛이다.
아버지 따라 읍네가서 먹어본 중국집 짜장이나 따로 싸준 찐빵에는 비할바 못되지만 분유가 들어간 개떡은 부드럽기가 그지없다.
그렇다.
지금은 좋은 먹거리가 차고 넘치지만 왜,
그때의 그 7월이,
그 여름철의 찬거리가 마땅치 않은 그때가 생각나는 걸까? 아마도 요즘에 입맛이 안 좋기 때문이리라.
그때의 그 음식들이 먹고 싶기도 하고 말이지....
저녁놀의 달마산도 보고 싶고 여름밤의 동네 까끔 은하수도 보고 싶다.
보고 싶으면 보러 가야지.
가야겠다. 가서
그때의 먹거리는 아니어도 영전의 맛을 느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