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2016. 9. 22
ㅣ 말년
이태백은 말년에 [추포가] 17 수를 지어 세상에 내어 놓았다. 고독하고 쓸쓸한 것 같지만 주변을 노래하고 젊은 청년들의 로맨스도 담으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독작]에서는 꽃밭에 달이 찾아와 그림자와 셋이서 춤추며 노래하고 술을 마셨다.
달빛 내리는 가을 물가,
양재천의 수변무대 돌계단에 앉아 달을 보며 이태백을 생각한다. 우리는 비켜 갔지만 대만과 일본과 북한을 덮쳤던 태풍과 호우로 하늘은 맑고 구름은 밝으며 별은 쏟아진다.
이태백이 놀던 달!
그 달이 오늘, 나하고도 놀고 싶은가 보다.
처량하지는 아니하다.
빈 술잔마저도 없고 그림자의 손에 술병도 들리지 않았다. 달이 옆에 앉았다.
김건모의 [서울의 달]이 이어폰으로 밤하늘의 달을 마중한다. 초가을 바람이 그림자도 없는 사내를 감싸고돈다.
무영의 사내, 초로의 말년을 가고 있다.
수치는 도무지 내려가지를 않는다.
3.9였으니 그 밑으로 떨어지기를 바랐으나 다시금 5.1이 돼 버렸다. 인고의 시간을 가자 한다.
봉천동 고갯길 아래 어느 골목, 목포 횟집에서 친구들이 만나자 한다. 전어가 맛이 오른 철이 되었는가 보다.
향재는 좋은 절기에 태어나 전어도 먹고 맛 오른 갈치도 구워 먹을 수 있으니 행복 이리라.
그러고 보면 향재는 가녀리고 애틋한 가을초!
그 틈새에 피어난 들꽃처럼 향기로운 친구이기도 하다.
언제나 가을 같은 나날, 말년 같은 시간 속에서
그래도 가을 향기와 봄날의 추억을 동시에 접하면서 이백의 [독작]을 음미한다.
‘ 아가월 배회 아무 영 영란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에 이르러서는 낭만의 극치! 어디서 다시 그 짝을 구하랴.
ㅣ 독작
꽃 사이에 앉아
혼자 마시자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 됐다.
달도 그림자도
술에 못 마셔도
그들 더불어
이 봄밤 즐기리.
내가 노래하면
달도 하늘을 서성거리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춘다.
이리 함께 놀다가
취하면 서로 헤어진다.
담담한 우리의 우정!
다음에는 은하 저쪽에서 만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