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동심.
토요일 오후!
취소되어 버린 삼막사의 철엽이 도심 속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준비된 음식도 없고 사전에 인원수의 약속도 없었지만,
만남은 그럭저럭 이루어지고 반가운 얼굴들이 보기 좋았다.
처음의 마음처럼
산속, 골짜기 의 나무 그늘과 흐르는 물가에 둘러앉아서 개고기를 찢어내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적당한 음담도 농 익게 나누면서 여름날의 게으름을 만끽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이 든 철부지 들의 웃음들이
있었고 세상을 살아버린 술잔 속에서 희미 해진 감성의 자아를 되새김으로 유추하고 일상에서 피어나는 다반사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와 토요일 오후의 동심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딱딱해서 싫고, 진지해서 맘에 들지 않으며, 옛것을 들추어 보기 싫다고...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간다. 생인 것이다.
만물은 숨을 쉬고 해(日)와 달(月)을 보내며 바람 속에서 성장한다.
사람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무수히 펼쳐진다.
일부분이지만 위대한 문명(文字) 은 그 이야기 들을 이어간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웃고, 마시고, 자리에 없는 사람의 안부도 들을 수 있음이 그 이어감 때문 이리라.
그 이어감이 재미 보다 못한 무지이고 코믹보다 못한 발상이라도 우리는 동참하고 나누면서 살아간다.
조금 더 짙어지고 나이만큼 야 해진 술!
만남이 좋아 광주행 도 팽개쳐 버린 전홍이 무엇이 그네를 전율케 할 것인가? 언제나 기동성 1호다
잊혀 가던 별명, 기억 속에 또렷한 젖통 쟁이 제이 딸과 아들이 있어 행복하고, 항상 바쁜 것 같아 너답다.
음기는 어디로, 양기는 주둥이에.
약방 딸! 또랑 갓 얌전 쟁이가 늙어서도 조용 스럽다. 순애 ㅡ
어딘가 끼가 숨어있고 재치 덩이 할머니.
모두의 과부 ㅡ 그래서 연인 이고픈 청옥 같은 향제.
빈자리가 선명히 남아 그 존재감이 늘 상존할 것만 같은 보배다.
노랫소리 추억을 더듬고 리듬은 몸 따라 삐꺽 거리는데
비빔밥 넘어가듯, 맛깔스럽게 부르는 노래는 음류 시인 아니면 그 누가,
언제나, 늘, 그러하듯이 별처럼 노래한다. 하늘처럼 노래한다.
이 화상이 없으면 달마가 귀천했을까? 크로마뇽인
그날따라 고추 따는 이야기는 왜 나와 가지고... 풋고추도 아니고 붉은 고추를!
황제경, 소녀경, 카마수트라, 그 위에 전홍이의 완성된 악보.
숨어서 보는 이상한 취미는 예나 지금이나 오촌 ㅡ
햇볕 아래 서 보아야 그림자 볼 수 있고, 손을 뻗어야 감을 딴다.
성장기의 아련함이 나주에서 멈춰 버렸나, 술이 좀 과했던 영일.
전형적인 룸 싸롱 스타일의 노래, 감정 의 질곡. 그리고 절제.
아가씨의 이 밤은 포장마차가 끝인가. 알 수 없는 새벽은 달려든다.
우울한 노래는 싫어요
슬픈 노래는 하지 말아요
방심이의 안부를 전 하면서 제이가 그랬다
우울한 마음에 달리는 차를 세워놓고 찔레꽃을 드는데,
달이 서러운, 슬픈 향기의 장사익 노래는 당분간 듣지 말라고 했단다
우정은 아픈 마음의 상처이다
잔설 속 차가움 을 견뎌내는 흑매의 외로움이다.
지금 쯤은 자동차를 달리겠지, 친구여! CD를 내려놓고 신나게 달려보자.
경쾌한 북미의 기타와 카우보이도 좋고, 고혹 한 남미의 리듬과 꽃을 꽂은 여인도 좋다
아물지 않는 시간은 존재치 않으며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인간사가 아니다.
슬픔이 일 때 슬픔과 같이 가고 기쁨이 일 때 기쁨과 함께 라면
장사익의 노래도 달리는 차 안에서 감성으로 들을 수 있겠지....
비 온 뒤 토요일 밤
냄새나는 양재천을 제이는 건너고
영일 이는 탄천을 향하는데
늙지도 않고, 풋풋하지도 않은 서울의 동심은
그 어느 때의 골목길처럼 어둠 속에 물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