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꿈으로 오는 한 사람

홍률 2017. 3. 25. 13:10

 

 

 

2016. 9. 28

 

 

 

 

 

 

 

ㅣ 꿈으로 오는 한 사람

 

                                                      김소월

 

 

나이 사라지면서 가지게 되었노라

숨어 있던 한 사람이, 언제나 나의,

다시 깊은 잠 속의 꿈으로 와라

 

붉으렷한 얼굴에 가늣한 손가락의,

모르는 듯한 거동도 전날의 모양대로

그는 야젓이 나의 팔 위에 누워라

 

그러나, 그래도 그러나!

말할 아무것이 다시없는가!

 

그냥 먹먹할 뿐, 그대로

그는 일어라.

 

닭의 홰치는 소리.

 

깨어서도 늘, 길거리 엣 사람을

밝은 대낮에 빗보고는 하노라

 

 

 

*

 

 

 

꿈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기다리면서 정녕 찾아들기를 바랐습니다.

새하얀 눈웃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그냥 돌아선다 해도 섭섭한 마음이 일 것 같지는 아니 한

그러한 한 사람이 깊은 꿈속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같이 했던 포근함도

함께 했던 짖꾸음도

아련이 꿈으로 다시, 다시금 일렁이면서

어둑한 산기슭 아래 산야초 엉클어진 숲길을 따라

달이 뜬 가을밤

흰 이슬처럼 흔적 없이 젖어들기를 바랐습니다.

 

꿈으로는 늘 그곳이

동네 까끔의 그늘진 설밑이었고

몰 고리 골짜기 또랑 물소리 돌돌 거리는

쉼 바탕쯤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해저 녁의 큰골!

소떼와 같이 빠져나오는 초입인가도 모르겠습니다.

 

소싯적의 추억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음이

지금도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의 마술과 우주의 빛나는 신비 때문이며

꿈결 같은 이야기의 전개 때문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떤 곳에서 다시금 왔는가?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은 깊은 단잠으로 왔다 갔을까?

소아기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늘 기억 저편에 있는 걸까?

청담스님의 말씀처럼 꿈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걸까?

.

.

.

 

모르겠습니다.

다만, 난

길거리 사람들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빗보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늘도 쳐다보고

땅도 바라봐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