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벗.
압구정동의 부르스
홍률
2009. 8. 13. 03:58
수요일은 압구정동에서
재즈 록을 들어요
낮에 까지도 사납게 퍼붓던 비가
저녁에는 맑은 햇살이 되어
청계산에 무지개를 띄우고
예술의 전당 위로는 황금빛 노을의 석양을
무법자처럼 갑자기 물들이고 있었다.
가는 여름의, 밤기운 때문인가
선선함이 무거움을 덜어 내고
부르스의 선율이 록 사운드에 녹아내리며
오랜만의 흥겨움으로
병대는 휘파람을 날리고 있었다
베이스의 도리 비치 모자는 리듬을 타는데
드럼은 쉽게 달궈지지 않고
아쉬운 키 보드의 공백이 연주를 힘들게 해
동환이의 목청도 힘든 고갯길을 두어 번 오르내리고
좌석은 많이 비워진 채로 여름밤의 수요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노래는 흐느끼고
느리게 왔다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소나기의 애절함처럼
순애를 파고드는데
숙희는 신청곡의 선곡에 온 마음이 가있다
오늘의 음악은 쿨 재즈에 가깝고
로큰 록을 기대했던 60년대는 전설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아
차라리, 허무한 마음은 또 다른 감동으로
싸구려의 입맞춤에 거리의 혼이 스며들고
일성이는 충분히 젖어들었는지 잦아드는 음률은
압구정동의 보헤미안이 되어 거리를 헤맨다
언제쯤 갖춰진 멤버들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까 ㅡ
병용이의 숙제는 15일로 남겨지고 구름은 그날, 하늘을 날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