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률 2018. 10. 6. 22:04

 

 

 

 

2018. 9. 26

 



들판은 노랗게 익어가는디


 

 

 

 


아야,
어서들 따라오니라이
느그들 따라온다케서 샛걸이가 늦어버릿시아
오메 ㅡ
벌써들 논둑으로 나와브렁능가 모르겠다 시방
한창 시장할것인디

귀남이 할무이요
거기 설밑테 논에 가면 메뚜기 있어라우 ㅡ
논귀퉁이 메뚱옆에 탱자나무도 있다든디
울엄니가 영순이 데리고 와서
메뚜기도 잡고
가지고 놀게 탱자도 주수라 했는디

응 그려
거기가면 메뚜기도 있고 탱자도 있은께
말붙이지 말고 쌔게쌔게 가자이
늦었부럿구마

와아 ㅡ
나는 탱자 마니마니 주슬거다
언니보다 더 마니

아이고 쯧쯧
지새끼들 배 안골릴라고 그랬는디
그 순한 서방 죽어불고
저 토깽이같은새끼들 세슬 어떠케 키울까나
아야 영자야
영순이 앞세우고 바짝 따라붙어라
그래도 대가리 굵었다고 뒷처지는디
걱정말그라 느그들 배따시게 밥 마니 퍼왔다

언니 빨랑와 ㅡ
쌔게쌔게가야 밥묵을거아니여
근디 샛거리 뭐 해써라우

아유 요것
영희 니는어디내놔도 배는 안굶겠다야
응 전애하고 무시하고 회무쳐서 왔응께
마니마니들 묵고
이따 돌아가서 귀남이하고 놀아들
그럼 또 저녁밥 해 줄테니께

저녁밥도 줄것이여

그래야제 느그 엄매가 들에 나와부렀는디
누가 밥해 주건나
근디 영자 니는 아즉 밥할줄 모르지아

쬐끔은 하는디 태워먹고 그러요

잉 그로코롬 해봐야 써
느그 엄매 일나가불면 니가 동생들 챙겨야제
시상에 낯짝은 젤 곱쌍해갖고 못할짓이다
말도 허고,
영순이처럼 조잘대면 안되지만 야무져야 한당께
우리 귀남이하고 한 동갑이지야

야 ㅡ

와아
우리 엄니 마중온다
다름박질해서 온다야

그려 이제 다왔능갑다
몹씨 시장들 할것인디 그래도 느그들땜시
야기하고 오니라고 금방 와부럿시아


 

 

 

 

 

 

 


*


그해 가을은 그렇게 가버렸다.

언니는 차분한 성격에 잘생겼다고 엄니가 끝까지 가르킨다고 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선 우리들 때문에 직장에 들어갔다.

귀남이오빠가 그렇게 따라다니고 졸랐는데도 눈도 깜작않다가 직장들어간지 두해든가 귀남이오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서울에서 조문을 내려왔다

상가치닷꺼리를 다하고서 서울로 갔는데 동네에서는 귀남이오빠하고 그렇고그런사이라고 말들도 나왔다.

엄마가 이제 영희도 대학 졸업했으니 시집가라고 했지만 그여히 영순이까지 대학을 졸업시켰다.

귀남이오빠는 외동아들이어서 오빠부모님이 결혼을 시켰다.
버티다버티다 한 결혼이었다.

자주꽃이 밭을 이뤘다.
언니가 좋아하는 색

직장에 메인 언니는 왜 오빠네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조문 왔을까?
그리고 초상치루고 난 뒷치다꺼리를 다 하고서야 서울로 돌아갔을까?

후덕하고 인정이 많았던 할머니는
항상 바쁜 엄마대신 언니를 챙겼었다.
어떤때는 토방에 마주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도 해주고 우리집 정개도 들어다 보시곤 했었다.

언니는 우리에게
없어도 고개숙이지말고
손끝이 야무져야 사람대접 받는다며
정갈한 자세를 잊지 말라고 고리타분하게 늙은이타령을 하더니만 할머니가 그렇게 해 주셨을까.

엄마에게 들었는데 귀남이오빠가 장가가던날
밤늦게 울었던 목소리로 엄마안부를 물었단다.

예뻤던 언니는 나이가 들어도 너무나 곱다.
영순이가 남자친구와 같이 왔는데 보내는 눈길이 꼭 오빠네할머니 같다.
요즘들어 밝아진 얼굴이 나보다 어리다.

밤에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귀남이처럼 몇 년을 기다린 청년이라면서 시골집에 어머님을 뵈려와도 되는냐고 물었단다.

시상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