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소 띠끼기

홍률 2018. 10. 6. 22:06

 

 



2018. 9. 27

 

 

 

 

 

 

 

 


여름밤
팥죽을 배 터지게 묵고 모두들 나와
도방끌 꺼적에 누어서 달도 보고
동네 까끔으로 흐르는 은하수를 보면서


*


동팬대장은 동원이여

끄럼 동원이제

아니여 동원이도 경철이 한테는 꼼짝 못한다든디

그러도 대장은 동원이라고 봐야제
서팬대장은 인현이고
양포대장은 구종이랑께

인자는 아니여
인현이도 도방끌로 나와부럿써
양지몰 동학이가 서팬대장한다고 햇싼디
샘골목으로도 못다닌당께 회선이 무서워서

아따 그려
한 번은 사무실 앞에 개복숭나무에 거꾸로 매달아갓꼬 회선이가 불 질러부럿는디
재신네아부지하고 추상이 막 쪼차오고 그랬시아

말 말어 가이생하다가
술 취한 재신네 아베를 회선이가 골랜는디
재신네 아베가 종을 치면서
추상 저놈 잡아라 땡 ㅡ
추상 저놈 잡아라 땡 ㅡ
하니께 추상은 회선이 쪼차다니고
우리들은 우스면서 추상을 따라다림시롱
저놈 잡아라 땡 ㅡ
저놈 잡아라 땡 ㅡ
하고 그랫지아
그때 재신네아부지가 이장이엇거든

하여튼 간에 소띠기러가면 동팬이 최고랑께

끄럼
우리가 팽나뭇골로 가면은 서팬아그들은 몰고리로 가불고 우리가 큰골로 가불면 양포새끼들은 선산골로 가분당께
또 우리가 선산골로 가면 장산골로 가불고

큰골이 젤 조아
한번은 광일이하고 양포 새끼들이 큰골로 와 부러 갓꼬 경철이가 동원이 시케서 양포 놈들 목넘가서 낙지하고 꼬막잡아오랫잔아
그래갓꼬 해질 때까지 구워 먹고 그랫는디

아따 그라기만 했냐
우리 시케서 설밑테 재창이네 논에서 논고동하고 깨구락지 잡아다가 뒷다리만 짤라서 꿔먹꼬 밀가루 가져오게 해갓꼬 고무신에다 반죽해서 맹감잎으로 싸서 꿔머키도하고 그랫서야

징하기도 햇제
차부에 가서 담배꽁초 주서오라한께 현신이는 즈그 집에서 봉초 한 봉지 가져오고 옥채는 즈그 점방에서 새마을 한 갑을 쌔베오고 햇잔여

그랑께에 ㅡ
우리들은 윤두산뽕아리로 가서 정금 따 묵고 깨금 따묵 고하다가 해질 때 되문 소몰고 내려오고그랫지아

영신이바라
영신네는 소가 없승께 노는 재미로 멤생이 끌꼬오고 즈그 큰집 소 띠끼러오면 가끔씩 따라오고 그랫서야
하여간에 소띠끼러가면 재밋기는 해

글고 큰골은 꼴짝 마다 앵게 다닌당께
젤 처음은 제창이네 메뚱있는 번덕지에서 띠끼고
다음은 다래골
그라고 쉼 바탕 있는 넉접골
그래갓꼬 깊은 골로 들어가지야

깊은 골은 샘물이 어떠케나 찬 지 맨 모금 못마신당께 그라고 샘 바구틈새로 돌맹이를 일으키면 얼음도 있는디

그려 무진장 차당께
폭포처럼 물떨어지게 대나무로 만들어갓고 물맡는디 대그빡이 뽀개지는것 같애야

회순이는 들어가자마자 나와불어

아이고 안 들어갈 때가 더만아

다래골도 샘은 좋아
쉼바탕도 크고
윤도산을 젤 마니 올라가는 골짝이여

근디 소싸움하면 누구네 소가 이길랑가
광일네 소가 덩치는 제일 존디

뭐시가 광일네 소데 병일네 소제
광일이가 그집 소 띠껴주잔아
헌디 병일네소는 덩치는 존디 아무래도 민환네 소한테는 못해볼것이여 그집 아베가 쩔쩔매분당께
덩치도 징하게 커불고

쌈하면 서구정 강화네 소제
뿌사린디 곰영감이 곰 방태 물고 띠끼러 혼자 다니잔어

아따 저 새끼는 꼭 저런당께
아 그 집은 뿌사리아니여 당연 지사제
뿌사리는 우리 학구내에 곤포 보련네집하고 두집뿐인디 뿌사리는 빼 부리고 암소말이여 암소

그라믄 민환네 소것째 화사도 미긴다는디

그락까 ㅡ

인자 땅뚱은 안가 모두 개간해 불고
웃땅뚱은 대선네가 밤나무 심겨부럿는디
공동메뚱밖에 없잔아 그 쬐깐한곳에 소 맨마리 들어가겟서 그라고 인자는 땅골 너머도 안간당께
또랑박께 안 남았는디 가것서?

그래도 여름가블면 그런 곳 차자다니지아
산에는 안 가 불잔어
메뚱에도 가고 또랑갓도 가고 장바뚱에도 가고하는디 나락 비고 나면 논둑에다가 놔불고하니께

나락이 노랗게 익을 때는 내 뚝이나 설밑으로 가는디 그때는 차암 쌀쌀하면서도 스잔혀
그라고 거 뭐시라고 헐까 아뭇튼 쓸쓸혀

아이고오 ㅡ
지랄하고 자빠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