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

별은 그리움으로 남겨 지고.

홍률 2009. 8. 25. 01:50

 

 

 

부음을 듣던 날,

달마산은 울지 않았고

원동의 바닷물은 파고도 일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의 별은 있는 그대로였습니다.

 

산천은 그대로고

꽃은 또 피웠는데

사람들은 슬퍼하며 하늘을 봅니다

하늘에 사는 하늘 이야기가

그곳에는 늘 있어서

기다리다 지친

하늘나라 사람들이 하늘길을 열었으니까요

제삼이 아버지.

성주 아버님.

그래서 만나셨나요

이제 만나시렵니까

오랜만의 친구들을, 그 어린날의 지기들을...

그래서 한을 노래하고

한을 탄 하며

한으로 웃음 웃겠지요.

하늘꽃을 보면서.ㅡ

 

구속되지 않는 영혼으로 자유를 갈망하며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평화를 부르짖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독재에 저항하며

화해와 협력이 사랑과 용서로서 이루어 짐을

몸소 실천하신 이 땅 위의 고독한 지도자를

이제 우리는 그리움으로만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강은 도도히 흐르고

남산은 사계를 노래하는데

별은

동작동의 작은 언덕 위에서

북악의 선정을 지켜보며

우리의 가슴속에 그리움보다는 기쁨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이기보다는 지혜로움으로

우리의 미래 속에 꿈보다 벅찬 환희의 찬가로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염원하시고

우리의 눈가에,

밤을 지새운 눈물을 거둬 가소서

마음에 떠 있는 별은

남아있는 자의 님이 될 것입니다

 

안장하시던 날

평창의 물 좋은 골짜기

작은 정사 앞길에서

아내와 둘이

곱고 고운 꽃들을 보았습니다

길가의 꽃밭을 가꾸는

곱게 늙어가는 노인네를 보았습니다

색색이 코스모스 가 하늘거리고

황금빛 금잔화가 발길에 있었습니다

낮에만 피는 채송화는 밤이 무서워 가냘프고

봉선화는 울 밑이 아니어도 붉었습니다

그렇게 꽃들은 피웠고

별은 낮에도 슬픈데

님은 오늘 하늘길에 있었습니다.

 

하늘사람들을  만나 실제

어머님이 막걸리를 주시면 목을 축이십시오

친구들이 맞으시면 꽃을 갖다 드리세요

꽃도

막걸리도

이승의 선물이 되어

남아있는 사람들의 도리라 하십시오

하늘이 울고 땅이 노 해도

행동하는  양심은

살아있는 양심으로 영원할 것입니다

별이여! 영면하소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추모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