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
2019. 1. 14
(일제강점기. 말과 마음을 모은 우리말 사전)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일제강점기. 말과 마음을 모은 우리말 사전)
1910년 무렵에 최남선이 설립한 조선 광문회에서
주시경,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 등이 「말모이」라는 국어사전을 편찬하다가 (1권만 편찬) 끝내지 못하고 지금은 원고만 남았다.
그 후로 1929년에 조선어연구회가 주축이 되어
108명의 발기로 조선어사전 편찬회가 조직되었고,
1936년에 조선어학회가 맡아 편찬하다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중단, 광복 후
1947년에야 「조선말 큰사전」 첫째권이 나오고
1957년 드디어 「큰사전」 6권이 (한글학회) 완간됨으로써 국어 생활의 기초를 확립하게 되었다.
이 「큰사전」은 16만 4125 항목 (그중 표준말 14만 464 항목)을 표제항으로 삼았는데 표준어 이외에
방언, 고유명사, 고어, 이두, 관용구 등이 포함된 확장형 사전이다.
이 사전의 맞춤법과 국어 이론은 그 당시 조선어학회의 것이 바탕이 되었다.
*
영화 줄거리
까막눈 판수(유해진)
우리말에 눈뜨다.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우리의 소중함에 눈뜨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서울역에서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가방의 주인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이다.
판수는 감방 동기인 조 선생을 따라 취직 차 조선어학회 사무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소매치기를 실패한 정환이를 만나게 된다.
정환이는 소매치기에다 전과자인 판수의 취직을 반대하고 사무실의 다른 회원들은 판수를 거부하지 않고 그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더구나 정환이는 사전을 만드는 일에 까막눈인 판수를 필요 없다며 내 보내려 하는데 막무가내인 판수와 회원들의 권유로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 드린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일에 조선 팔도 출신의 감방 동기들을 불러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 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조선어 위원들과 회합해서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데 그 장소로 극장을 택하게 된다.
극장에서의 조선어학회 선별 모임이 판수 아들의 실토로 일경에게 발설이 되고 또, 아들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안 어학회 회원들이 조선어 원고와 함께 정환과 판수를 도피시킨다.
쫓기던 정환은 일경의 총을 맞고 원고를 판수에게 부탁하고 붙잡힌다.
판수도 쫓기다 총을 맞고 원고를 서울역 보관창고의 창문 안으로 던지고 일경을 유인해 결국은 여러 발의 총탄을 맞아 숨진다.
판수의 시체를 거두지 못한 못한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원고를 찾아 동분서주하는데 찾지 못한다.
해방이 되고 우연히 서울역 창고 먼지투성이 속에서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가방 속에는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다.
1947년,
순이는 정환을 만나 선생님이 된 덕진 오빠와 함께 우리말 큰사전을 받게 된다.
큰사전에는 '김판수 동지에게'라는 글귀와 책갈피 속에서 판수가 덕진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왔다.
까막눈이었던 아버지의 서툴고 삐뚤어진 글씨,
그러나 장한 父情의 진실이 담겨 있었다.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말과 마음이 모여 사전이 되다.
*
우리나라 영화는
각 장르의 영화가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제하 강점기 때의 영화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몇 편 되지 않는다.
중국 영화의 다채로운 일제와의 저항 영화,
할리우드 영화의 나치와의 항전,
요즘 들어 TV에 자주 방영되는 러시아 영화도 2차 대전의 독일군과의 전투영화이다.
우리 영화도 일본과의 저항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과거 책으로 나왔던 임정 36호 김정균의 아오모리 일본 해군기지 폭파사건,
'푸른 하늘에 침을 뱉어라'의
일본 군수창고를 털어 트럭 수대분의 총기를 중국 장개석에게 팔아넘긴 아라이 사건,
1930년대 알 카포네의 비호를 받으며
시카고에서 카지노를 운영해 안창호를 통하여 임정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했던 한국인 마피아,
영화만큼 그 시대를 반영해줄 매체는 없으리라 본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 없고
현실에서 독도의 침탈이나 자국의 교과서 왜곡이며 해양지도의 위험한 수위까지 그 요구가 거센데 우리는 너무나 안일하다.
영화라도 그때의 소재를 많이 발굴하여 무디어지는 역사인식을 재조명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