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
매화
홍률
2020. 4. 19. 16:25
2019. 2. 22
지금쯤 선암사의 매화가 만개했으리라.
꽃봉오리가 맺고 더러는 꽃잎도 피어난 게 3주 전이었으니 그렇게 생각된다.
설 연휴,
2개의 홍예교를 지나 삼목 울창한 숲길을 따라 선암사에 이르니 반겨 주는 게 바로 매화였다.
시골집 화단 눈 속에서도 밑동에 피어났던 검붉은 일월의 설중매는 아니었어도
고목에 피어난 하얀 꽃잎은 여리지만 당당하게도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못해 산뜻한 느낌이 반감되었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롱 패딩의 추위 속에서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선암사
소설가 조정래가 태어나 안태가 묻힌 곳.
그리고 '태백산맥'
무수한 상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낙안 벌을 지나
조계산으로 접어들면서 소설 속 외서댁이며 소화의 잔상이 아련하게 밀려들었다.
일제의 수탈과 친일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새로운 변모에 의한 시대의 아픔을 겪으며
이념의 피해자가 되어 생이 다할 때까지 절규하며 싸우는 순박한 농투성이들.
붉은 꽃봉오리가 그네들의 순정이라면
하얀 꽃잎은 그네들의 넋이 승화한 한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