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성
2020. 10. 2
중추절,
무주로 향하면서 나의 지난 세월 공사현장을 찾아본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일었다.
적상산은 사면이 충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적상산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여인의 치마와 같다고 하여 붉을 적(赤) 치마 상(裳)을 써서 적상산이라 불린다.
적상산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댐(적상호 864m고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여러 봉우리들과 무주읍내,
양수발전소 하부댐(무주호)와 하부댐 안의 수몰마을인 유수리를 이주시켜 형성된 마을 전경이다.
1994년 무난히도 더웠던 해이고 내 어머니 그 곱던 어머님께서 흰옷 입고 천상으로 가셨던 년도다.
내가 1년여 동안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댐 준공대비공사에 투입되어 댐 주변 2.3km 도로 축대와 U형 측구, 도로 하이날을 잡고 천일폭포 수량 유도관을 매립하여 폭포수를 흐르게 하는 공사를 했었다.
상부댐 수몰로 인해서 적상산 정상쪽으로 2km 이전한 안국사 주변의 물들어 가는 단풍의 풍경이다.
아직은 녹음으로 우거진 산세이지만 물들어 고운 단풍이 첩첩히 산골짜기를 뒤덮으면서 아침으로는 하얀 운해가 북창리 골짝을 타고 치솟으면 실로 장관스런 가을의 풍경이 연출된다.
안국사는 이조 왕조실록이 보관되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사고지가 같이 있던 사찰이었다.
상부댐 경관 도로에서, 이전한 안국사로 진입하는 길 입구 우측으로 사고지는 남아있지만 광해군 때에 보관되었던
실록이 지금은 보관하고 있지 않다.
공사하던 기간, 새벽으로 일어나 상쾌한 산의 정기를 맡으며 직원 숙소에서 안국사 일주문까지 산행을 하고 피어오르는 운무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아침식사를 하면은그마만한 신선놀음도 없는 줄 싶었다.
바닷가 태생이었지만 적상산의 산 생활은 기운의 활력소였고, 독서의 산실이었으며, 지혜와 사상의 보고였었다.
내가, 하늘(위)의 공정함을 깨치고 땅(아래)을 귀히 여기는 평등한 세상의 이치도 깨달은 곳이 이곳 적상산성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즐겨 보았던 만화 '라이파이'의 작가 김산호 씨가 미국 생활 중 중국 여행을 하다가 우리 민족의 상고시대 고대사를 접하고서 일본과 친일사학자들, 중국의 동북공정 추정자들이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의 연계된 지역과 산둥반도, 북경, 동북 3성, 몽골, 러시아를 7년간 답사하고 여행하면서
편찬한 [대 쥬신 제국사(동아출판사)] 3권을 밤새워 읽었던 곳도 이곳이었다.
적상산성.
고려조 몽골의 침입으로 산성을 쌓았다는 설도 있으나 삼국시대의 산성으로도 거론되며
임진왜란 당시 왜병을 맞아 대치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곳곳이 내 공사의 흔적, 축대와 U형 측구, 그리고 도로 하이날이다.
상부댐 적상호(864m 고지), 수량이 만수이며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천일폭포
댐의 제방을 쌓으면서 물길이 끊겨 인위적으로 댐 하부에 발전시설을 갖춰 수량의 유도관을 매립해서 폭포로 물을
흐르게 했었다. 이날은 물을 개방하지 않았는지 폭포수는 없었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와 금잔화
그리고 산국이 가날피 피웠습니다
오신 님
아니 오시는 것 같이도
살며시 피어나
가을 길섶에
나를 반기는데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이렇게 고운 자태로
애잔스레 고개 숙이고
화사한 금빛 정령 되어
속삭이듯 고갯짓 하고 있네요
코로나 방역 힘겨운데요
어서 빨리 안정되어
보고 싶은 얼굴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
가을 물가
실개천 흐르는 쪽빛 물결
오후 햇살에 반짝이고
앙상히 드러난 돌무더기
그 사이사이로
정감은 묻어나는데
벗님아
우리 저 물가 한 편에서 술 마시며 두런거리고서
너는 노래 한 곡조 불러 주지 않을래
우리 어린날의 그 노래들을
북창리를 내려와 하부댐을 지나 풍림산업이 건설한 도로를 따라 설천 무주 스키장 관광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구천동 골짝을 지나 무풍으로 가는 나제통문을 지났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통문이었던 이곳은 고스란히 옛 모습으로 남아 그 역사성을 증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바위결만 앙상히 있어 주변이 자연 그대로 인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옛날의 국경이 지금은 사라지고 양쪽이 하나가 되었듯 남과 북도 하나가 되어 동, 서해에서 가스도 뽑고, 관광도 하며,
광물을 캐서 첨단의 과학을 뽐내고, 유럽과 미국으로 철도를 놓으면서 몽골과 연합해서 동북아의 패자가 되었으면
좋겠고, 러시아와 손잡고 연해주의 극동지역을 개발해서 북극항로와 고대의 옛 영토, 그 영광을 누렸으면 좋겠다.
먼 꿈이라 해도 좋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에 우리는 놓칠 수 없고 그 또한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산골의 귀하디 귀한 설밑의 논에는 나락이 노랗게 익어가고
길섶에는 붉디붉은 코스모스가 무리 져 피어 있다.
잡풀 사이로 어린 호박이 열리었는데 들깻잎은 물들고 깨알은 야무지게도 영근 햇살을 받고 있다.
넉살 좋은 봉수는 호박이라며 주인아주머니에게 2,000원을 주고 호박을 샀다.
그래, 나물을 무치든 된장국을 끓여 먹든 호박은 공짜여서는 안되지....
숙소인 일성콘도, 여정을 풀고 몸을 눕혔다.
차라리 설악으로 내 달렸다면 이른 단풍이라도 만지 않았을까 생각키지만 그래도 내 공사의 흔적,
과거 현장이었던 적상산성의 상부댐 하루는 근래에 없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