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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내리고

2021년 1월 10일 며칠 전 저녁 무렵에 눈이 내렸습니다. 온통 새하얀 세상이 되어 골목에도 건물에도 나무에도 소복소복하며 포근이 쌓이는 눈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오는 모습을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감흥에 젖어 한참을 지켜 봐 주기란 근래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은 먼 옛날을 상기시키며 샘 골목 담벼락 너머 검은 감나무 형체 사이로 아련히 날리는 하얀 눈송이들의 정겨움이 새삼 묻어나 어린 시절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유난이도 우리 어릴 때는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그렇게 눈이 내리던 밤 구불청 노화도에서 이사 온 금옥이네 작은방에서 모두 이불속에 발을 모아 두고 땅콩과자를 먹으면서 마냥 깔깔대고 까르르 웃으면서도 주제도 없는 이야기에 그냥 좋아했던 그 시절이 그립..

향적봉

2020. 10. 4 무주 덕유산 리조트 설천으로 접어들어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을 향하여 아침을 깨웠다. 날씨는 화창하지 않았으나 선선한 기운은 움직이기 좋았고 산의 정기도 무르익어 이제 다가올 단풍의 옷 단장을 위하여 산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멀리 숲속에 파묻힌 리조트의 전경이 아름다워 사진의 구도를 잡는데 날씨 때문에 렌즈가 선명하지 않아 오늘은 몇 컷의 사진을 건지지 못하겠구나 싶다. 멀리 첩첩히 바라보이는 영봉들이 구름 속에 있고 하늘에 맞닿은 무수한 봉우리들이 앞뒤로 손짓하고 있다. 명절이고 연휴 기간이지만 콘도리조트들은 텅 비어 인적없이 한적하다. 코로나의 여파가 산속에 까지 미치웠고 정부는 정책적으로도 여행을 자제하였는데 그것에 따르지 않은 우리가 미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행길에 나..

산천 2022.01.02

적상산성

2020. 10. 2 중추절, 무주로 향하면서 나의 지난 세월 공사현장을 찾아본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일었다. 적상산은 사면이 충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적상산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여인의 치마와 같다고 하여 붉을 적(赤) 치마 상(裳)을 써서 적상산이라 불린다. 적상산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댐(적상호 864m고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여러 봉우리들과 무주읍내, 양수발전소 하부댐(무주호)와 하부댐 안의 수몰마을인 유수리를 이주시켜 형성된 마을 전경이다. 1994년 무난히도 더웠던 해이고 내 어머니 그 곱던 어머님께서 흰옷 입고 천상으로 가셨던 년도다. 내가 1년여 동안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댐 준공대비공사에 투입되어 댐 주변 2.3km 도로 축대와 U형 측구, 도로 ..

산천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