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0일 며칠 전 저녁 무렵에 눈이 내렸습니다. 온통 새하얀 세상이 되어 골목에도 건물에도 나무에도 소복소복하며 포근이 쌓이는 눈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오는 모습을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감흥에 젖어 한참을 지켜 봐 주기란 근래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은 먼 옛날을 상기시키며 샘 골목 담벼락 너머 검은 감나무 형체 사이로 아련히 날리는 하얀 눈송이들의 정겨움이 새삼 묻어나 어린 시절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유난이도 우리 어릴 때는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그렇게 눈이 내리던 밤 구불청 노화도에서 이사 온 금옥이네 작은방에서 모두 이불속에 발을 모아 두고 땅콩과자를 먹으면서 마냥 깔깔대고 까르르 웃으면서도 주제도 없는 이야기에 그냥 좋아했던 그 시절이 그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