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18

승봉산 산행

2019. 10. 29 무박 일정으로 승봉산 산행을 계획한 '신안 압해중 동문산악회'에 편승하여 26일(토) 밤 11시 50분에 사당역에서 야간 버스로 목포를 향해 출발했다. 어릴 적 목포 뒤께 선창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압해도에는 다소의 친구들이 있어 (재동, 채근, 경문, 영오) 오래전에 다녀본 섬이었고 좋은 기억들도 있어서 언제나 친근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갈 수 있다니 마치 고향길을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압해중학교동문들이 회원으로 구성되어서 인지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고 역시 우리 동창들처럼 서울을 출발하자마자 뒷좌석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나와 집사람은 게스트로 객식구라 뒷좌석에 앉았는데 얼떨결에 합류하게 되었고 지루하지 않게 목포까지 갈 수 있었다. 1 회생인 전임 동문회장에게 나의 친구..

동반자. 2021.12.30

칠선계곡

2019. 8. 13 함양읍 내서 마천으로 가는 고갯길 ㅡ 구불구불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인위적인 요소로 인해 정감이 덜 가지만 맑은 하늘에 흰구름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길이 숲속에 숨어 그늘진 운치였으면 환상이었으리라. 바람아 ㅡ 너는 보았니 정든 님 서러워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꼬불꼬불 매인 걸음 한이 없음을. 선녀가 내려와 노닐다가 노닐다가 그래도 아쉬워 눈물 흘렸나 돌 틈새에 켜켜이 흐르는 차고 맑은 저 물이 그리도 곱구나 소나무 왕성하고 바위는 집채만 한데 떨어지는 폭포수는 은빛으로 부서져 울 엄마 하얀 모시옷 입고 물 맡이 하였으면 좋겠네 쌍쌍이 나르는 너는 검은 나비 아침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물가에 앉아 날갯짓의 유희를 본다 나비가 되어 그렇게 찾아왔나 짝도 있고 주변을 맴도는 너..

동반자. 2021.12.30

휴일

2019. 6. 13 청계산으로 갈까 망설이다 둘이서 종로 삼청공원으로 향했다. 가서 컨디션이 좋으면 숙정문을 넘어 성북동 길상사를 둘러보고 도성 밖 성북동 동네 구경을 하자했다. 안국역에서 내려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을 거닐며 이제 이곳도 많이 한산해졌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계동이나 가회동의 골목골목마다 젊은사람들이 많이 오갔는데 이제는 형형색색으로 차려입은 외국인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덥지도 않은지 도포에 곤룡포를 입고서 마냥 좋다고 포즈를 취한다. 여인들의 한복은 곱고 화려해서 아름답다. 그렇고 보니 삼청동의 많은 가게들이 비어 있다. 거리에 사람들이 혼잡하지 않아 한가롭고 느긋한 발걸음이어서 오히러 좋기는 하다. 삼청공원은 이제 많이 우거졌다. 수목들이..

동반자. 2021.09.21

금날 저녁

2014. 12. 31 해가 바뀌는 그믐날 저녁 젊었을 적의 어느 날이 생각난다. 그해 12월 일기가 순탄치를 못해서 공정에 차질이 생겼다. 동절기 공사 중단이 12월 23일로 마감인데 늦춰져 신년 4일로 예정하고 연말에도 공사를 강행했다. 작업자들도 금년치 공사를 끝내야 노임을 받을 수 있어 합심하여 열심히 했다. 그래서 금날 콘크리트 타설을 하였다. 1월 2일 노임을 풀고 그 다음 현장 정리를 하면 예정되로 4일은 동절기에 들어간다. 금날 저녁, 콘크리트 타설도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친 후 술집으로 향했다. 귀가하지 못한 동료들과..... 술집에서, 마음 준 건 아니지만 그 때 하늘이 준 본성으로 내 여자가 아닌 다른 여인의 엉덩이와 젖가슴을 만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집사람에게 ..

동반자. 2015.10.13

생일 축하

2014. 12. 19 사랑하는 사람 이행심 여사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바깥은 차고 매서운데요. 새벽하늘은 맑습니다. 그리고 왠지 좋은 기분으로 하루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좋은날에 좋은 기분으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축하의 말도 어색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카톡에서 가영이가 보내준 신발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부츠를 신고 싶은 줄 몰랐습니다. 그걸 신고 따뜻한 겨울을 나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렇게 문자로 밖에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지 못합니다만 마음은 한 아름의 꽃다발을 당신에게 안기고 싶습니다. ..... 혹 모르지요. 온 종일의 생각이 서로를 오간다면 이 시간, 아니면 오후라도 사랑의 장미가 당신..

동반자. 2015.06.15

장간행 제1수

ㅣ 장간행 2수 長干行 二首 제1수 저의 머리가 처음으로 이마를 덮었을 때 꽃을 꺾어 문 앞에서 놀았죠. 신랑은 죽마를 타고 와서 침대를 돌면서 푸른 매실을 가지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장간의 마을에 함께 살았으나 둘이는 어려서 거리낌과 시기가 없었답니다. 14세에 그의 아내가 되었으나 부끄러운 얼굴을 일찍이 펴 본 적이 없었네요. 고개를 숙이고 어둑한 벽을 향하여 있으면서 천 번 불러 한 번도 대답하지 않은 형상이었답니다. 15세야 비로써 눈썹을 펴고 함께 먼지나 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항상 기둥을 껴안은 믿음을 가졌지 어찌 망부대에 오를 줄 알았나요? 16세 때 남편은 멀리 행상을 떠나 구당 협의 염여퇴를 지나게 되는데. 5월이라 그곳은 접촉이 불가한 곳 원숭이 울음소리 하늘 우에서 애달픈 곳이죠. ..

동반자. 2014.09.14

달밤

역사가 남긴 향기 / 두 보 오늘 밤 부주(鄜州)에선 저기 저 달을 아내 홀로 앉아서 바라보려나. 더더욱 가엾기는 어린 그것들 서울 그릴 줄인 들 어떻게 알리. 밤안개에 그대의 머리는 젖고 달빛 아래 구슬 같은 팔이 차리라. 어느 제나 사람 없는 휘장 안에서 눈물 마른 두 얼굴 마주 보려나. 月夜 월야 今夜鄜州月 閨中只獨看 遙憐小兒女 未解憶長安 금야 부주 월 규중 지독 간 요련소아녀 미해 억장 안 香霧雲鬟濕 淸輝玉臂寒 何時倚虛幌 雙照淚痕乾 향무운환습 청휘옥비한 하시의 허황 쌍조 누흔 간 주 부주(鄜州) 장안의 북쪽. 거의 연안(延安)에 가까운 고을 이름.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나자, 두보는 가족을 이곳으로 피난시키고 자기만이 장안에 남았다. 미해 억장 안(未解憶長安) 애들이 어려서 장안에 있는 아버지를..

동반자. 2013.07.20

6월의 초입에서

부암동에서 버스를 내렸다. 북악의 성곽길을 걷고자 작정하고서 길 나섰던 참이었다. 길상사까지 가볼까, 그리 하고서.... 경복궁이 내려다 보이는 윤동주 언덕에서 [겸재 정선]의 북악을 주봉으로 한 그림 한 점과 [윤동주] 시인의 시 를 읽었다.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1941) 인왕산 자락에서 살았다던 겸재의 그림과 북간도에서 태어나 일제 말기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시인 [윤동주]의 시비가 세워진 윤동주 언덕에서 해방돼 든 해 1945년 2월 16일, 독립운동 협의로 2년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

동반자. 2013.06.03

북촌 그리고 밤의궁궐

북촌으로 들어서자 했다. 날씨는 청명하고 거리는 깨끗하였으며 사람들은 가을로 들어선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공평아트센터 1층 쇼윈도로 청자가 보이는데 건물에는 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마 대선 선거캠프 본부 인가 보다. 조계사 입구에 금잔화가 피어 있다. 도문 스님도 잘 계시겠지? 국화가 놓여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것은 아마도 이런 마음에서가 아닐까? [꽃은 피어나 향기로 말을 하고 사람도 마음속에 꽃을 피어 같이 말을 나눈다. 스며드는 말은 꽃이 되어 향기로 그를 본다.] 대웅전 옆의 전각이 말끔이 단청되어 있어 갑식이가 수고를 많이 했음을 알았다. 승현이도 새벽이면 단잠을 놓친다 했지. 오후 햇살이 부처님께로 깊숙히 파고들고 있었다. 한 때를 풍미 했던 건물도 세월에 못 이겨 쇠퇴해..

동반자. 2012.10.08

동행.

꽃이 피면 아름답다 같이 바라보고 비가 오면 젖지 않게 함께 보살펴줄 그런 둘이면서 하나인 동행이 있습니다. 가끔 억지스러운 바람이 불 때 서로 의지 하지 않으려 떼를 쓰지만 그래도 동행이라 구름은 바람 따라가고 바람이 구름 따라갑니다. 그렇게 사는 날이 날마다 피는 꽃은 아니어도 밤마다 우는 새는 아니기에 서로 깃든 마음은 꽃 피고 새 우는 날을 늘 함께 하고 곁에 머물며 깊은 눈길로 아침이슬 부질없음에 서로를 봅니다. 어쩌다 비는 내리고 창 밖의 풍경은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가 앞을 가려도 스치듯 마주치는 그런 것이 못되고 시원스레 씻기 우는 여름날의 먼지처럼 흙냄새 진동하는 생명의 단비 되어 동행은 항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빗속에서도 손을 잡고 가자합니다. 이렇게 찔레꽃 향기 유월을 물들이면 달빛 젖은..

동반자. 201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