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 17

무상

2015. 10. 16 그렇게 가는가 항상 나누던 인사는 이제 없고 영전에 가면 이제, 누구랑 차를 마시지 그래도 말벗이라도 있었는데 더욱 쓸쓸한 고향이 되겠구나 무심하여라. 가는 길에 술이라도 따르고 싶었다. 향불은 가늘게 흐느적거리고 반백의 웃는 얼굴은 눈길을 붙잡아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초저녁이면 무덤 속에 묻혀버린 마을 달빛이 괴괴하게 자정을 지날 때 잠 못 드는 영전 땅! 무턱대고 청지골 찾아 가면 꿈결에서도 나를 반겼지. 보이차 끊여가며 안방의 잔소리 들어가며 여명이 올 때까지 그렇게 지새운 밤도 많았었는데 어제는 자네 잔에 맑은술을 따랐네. 몇 해 전에 옥채를 보내고서 선창에서 하늘길을, 수 없이 불렀는데 이제 다시 자네 마저 그 길로 들어섰는가 허무한 심사여 몹시도 안타깝구나. 그래..

만가. 2017.03.01

떠나보내며

지우가 하늘나라로 떠나갔습니다. 그 아이의 혼백이 항상 따스하고 온화하게 새로운 보금자리에 머물기를 원하면서 이번 지우의 장례식에 찾아와 주시고 함께 애도해 주신 남서울대학교 학교 당국과 공정자 총장님, 이재식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선병일학과장님과 교수님들의 조문을 감사히 가슴에 담습니다. 그리고 4학년대표 졸업준비위원회의 노고와 여러 친구들이 지우가 가는 길에 운구하여 주시고 마지막 장지까지 배웅하여 주신 그 진심 어린 우정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그 아이가 남긴 흔적들이 이곳저곳에 흩뿌려져 있어 발목을 붙잡고, 공허한 그리움으로 회한의 념이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은 싫습니다. 그렇지만 애써 지워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느리지만 서서히 떠나보내는 노력으로 아이의 미소를 간직하고 싶..

만가. 2013.06.28

마지막 토요일.

그 토요일 남겨지는 아들과의 마지막을 너는 꿈꾸고 그날의 신진도 흐린 바다 위 떼 지어 갈매기 나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너를 생각으로만 무성했다 그게 마지막 토요일 일 줄은 다음날 일요일도 몰랐다 병원에 오지 못 하는 아들 보려 네 살던 집 찾아 너는 세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랬다 시골집도 그래서 찾아갔었구나 토요일을 그리고 일요일을 어쩌면 너를 만나 너의 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날들을 놓쳐 버렸다 이렇게 놓아 보내면서 그 마지막 토요일이 정녕 아쉬움으로 남는구나 공허함이었어도 서로는 말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만가. 2011.07.20

3107311.

3107311. 네가 머무른 네 넋의 안식처이다. 육신은 태워져 넋이 되고 넋은 네가 살던 동네 부곡동의 한적한 하늘공원 낮으막한 야외 납골당 3107311 그곳에 너는 가 있다. 젊고 젊은 나이에 무엇에 쫓기어 그리도 빨리 이생을 떠났나 남아있는 사람들의 통곡이 하늘을 울리는데 들었는가 정녕 슬픔이구나. 꽃이 피고 비가 내려도 웃는 얼굴 볼 수 없고. 붉은 단풍 곱게 물들어 바람과 함께 마주 살랑 일 때도 들녘이 온통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세상이 하나같이 변하여도 나는 더 이상 너를 볼 수가 없다. 이제 우리 늙어가고 너도 따라 반백으로 서로 술잔 나누면은 그 아니 좋을쏜가 늦으막의 기대마저 이렇게도 외면하는구나 멀리 가버린 무정한 조카여. 분향명 촉, 향불 피어 촛불 밝히고 맑은술 너의 단에 올리니 ..

만가. 2011.07.13

처제.

명절이 다가오니 생각나는 사람 더러 있지만 그래도 가슴 아픈 흔적으로 화심이, 나의 처제 화심이! 가슴속에 꽃으로 피어 그렇게 이름처럼 네가 떠 오른다. 젊고 꽃다운 나이에 차디찬 죽엄이 되어 너의 혼은 천상으로 가고 넋은 남아 다대포 앞바다 살던 집 바라보며 반짝이는 파도에 미소 띤 너의 얼굴 무수히도 남기었다. 너는 가고 너를 뿌린 바다는 오늘도 넘실 거리는데, 어느새 갔는가?. 세월은 정훈이가 해병이 되었다. 조용한 웃음이 입가에 번지고 눈웃음 실낱같던 환한 그 얼굴이 이처럼 가까운데 곱디고왔던 너는 금년 추석에도 천상의 꽃이 되어 이 가을 잊지 못하게 하는구나. 낙균이도 너를 떠나보내지 못해 십여 년을 홀로 지내고 너의 부부 거닐던 아미동 골목길 변함없이 그대론데 우리보다 먼저 만나 마음씀도 앞서..

만가. 2010.09.14

故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빕니다.

故 한주호 준위 (53세) 한주호 준위 (왼쪽에서 네 번째 아래 잠수복 차림)의 29일 해난 구조작업 중 모습. * 해군 특수전 (UDT) 요원 * 1975년 해군 입대 36년간 군생활 * 수중 폭파 특수부대 (UDT) 소대장 * 폭파물 처리대 중대장 * 2009년 청해부대 1진으로 소말리아 해역에서 파병임무 완수 * 특수전 (UDT) 여단에서 대테러 담당 * 2010년 3월 30일 [천안함] 참사 후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중 사망. * 이제 그는 가고 이름은 남아 특수전 (UDT) 의 전설이 되었다. 해난 구조대 (SSU) 대원들 / 그들은 외친다. [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 ] 거센 파도여! 앞을 막지 말라, 바닷속 깊은 곳에 전우가 있다. 우리가 간다. 구조선 모함에서 구명보트를 내리고 있다. ..

만가. 2010.03.31

무소유 법정.

법정. 박재철 / 1932. 10. 8. - 2010. 3. 11. 전라남도 해남. 승려. 수필가 주옥같은 글, 책으로 남겼으나 절판되면 더 이상 파쇄하지 말라 당부. 주위에 지인들과 나누었던 여러 생각과 글들은 사전에 없애고 태우라 하셔서 그렇게 하신 분들도 더러 있음. 구름은 희고 숲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산은 서 있다. 꽃은 새소리에 피어나고 골짜기는 나무꾼의 노래에 메아리친다. 온갖 자연은 이렇듯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만 공연히 소란스럽구나. 소창 청기 [ 小窓淸記 ]라는 옛 책에 실려있는 구절이다. 법정 스님 글 중에서 출처 / 무소유. 산사. 어느 산방 앞 매화. 수줍은 꽃잎으로 피어 돌아서는 돌담길 동백. 또한 붉게 피웠다. 오호라 이러한 때. 법정은 갔다 모든 것 버리고 무소유 법..

만가. 2010.03.19

[스크랩] 김순자 모친님 별세.

짧은 비가 어제는 내렸습니다. 오늘 화창 하지는 아니해도 포근한 기운은 봄인가 했습니다. 흐린 날씨 속에 슬픔에 겨운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하늘을! 하늘을 먼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냥 보면 그냥 하늘인 것을 다시 보면 다시 하늘 이어도 오래전 그때의 어머님 얼굴이 그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님은 하늘로 가셨습니다. 꽃이 되고파 구름꽃이 되어 훠이 훠이 가셨습니다. 둥 둥 훠이 훠이 둥 둥 꽃이 되고자 그렇게 곱게 곱게 둥 둥 가셨습니다. 이제는 쌈박골 참꽃 피고 구절초 향 가득한 골짜기 봄볕 따스한 자(子) 향으로 누어 옛집의 땅둥과 딸 내 집의 서울을 누어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딸의 친구들이고 그리고 지겹게도 영전 사투리에 배어 있지만 갑자기 찾아든 하늘길은 아니기에 우리말로 그냥 그냥..

만가. 2010.03.06

주인형 의 사망.

선배이고 친구였던 주인형이 추적추적 겨울비가 빗줄기도 없이 물안개처럼 적시던 날! 오랜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 하늘길에 올랐다. 가기 전 마지막 사랑에 몸부림치고, 행복에 겨워하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동안의 세월들이 한으로 남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키지만 모든 것을 올인했던 미경 씨는 오열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눈물의 여자가 되어 버렸다. 또 다른 친구의 말처럼 이혼한 본처는 복 있는 여자요, 남겨진 미경 씨는 기구한 팔자의 운명이다. 춥고 시름에 겨운 겨울날 ㅡ 마지막 절기인 대한의 하루 전날 그는 스멀거리는 연기의 춤처럼 그렇게 피워올라 하늘길로 갔는데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들이 너무나 서글프다. 평생이 어찌했는지 그렇게 자세히는 몰라도 근래 5~6년 사이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의욕에 넘치고 성실..

만가. 201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