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42

시인과 기생의 사랑

2017. 1. 9 자야오가 4수 당나라 시인 [달과 술의 연인] 이백 자야오가 1 - 뽕따는 여인 푸른 냇물 가에서 뽕을 따는 여인이여 당신은 너무나 곱구나 푸른 가지 휘어잡은 솜같이 흰 손이며 꽃인 듯 드러나는 붉은 그 볼 그러나 차가운 말 한마디 남겨 놓고 여인은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빨리 가서 누에에게 뽕을 주어야 해요 원님도 얼른 돌아가세요 * 자야오가 2 - 연 뜯는 여인 삼백리나 되는 경호의 물은 연꽃으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연 뜯는 서시가 어찌 고운지 구경꾼은 언덕에 구름 같습니다 달도 뜨기를 기다리지 않고 배 저어 월왕에게 돌아가다니.... * 자야오가 3 - 다듬이 질 조각달이 서울(장안)을 희미해 비추고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섧게 울립니다 가을바람인들 어찌 무심히 듣겠어요 다 그리움을..

사랑. 2017.03.27

꿈으로 오는 한 사람

2016. 9. 28 ㅣ 꿈으로 오는 한 사람 김소월 나이 사라지면서 가지게 되었노라 숨어 있던 한 사람이, 언제나 나의, 다시 깊은 잠 속의 꿈으로 와라 붉으렷한 얼굴에 가늣한 손가락의, 모르는 듯한 거동도 전날의 모양대로 그는 야젓이 나의 팔 위에 누워라 그러나, 그래도 그러나! 말할 아무것이 다시없는가! 그냥 먹먹할 뿐, 그대로 그는 일어라. 닭의 홰치는 소리. 깨어서도 늘, 길거리 엣 사람을 밝은 대낮에 빗보고는 하노라 * 꿈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기다리면서 정녕 찾아들기를 바랐습니다. 새하얀 눈웃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그냥 돌아선다 해도 섭섭한 마음이 일 것 같지는 아니 한 그러한 한 사람이 깊은 꿈속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같이 했던 포근함도 함께 했던 짖꾸음도 아련이 꿈으로 다..

사랑. 2017.03.25

겨울 밤

2016. 1. 3 ㅣ 겨울밤 긴긴밤의 자정 한가운데에서 일경에 쫓기는 어느 사내와 술 집작부의 하룻밤을 상상해 봅니다. 일제 치하, 헐벗고 가난하여 여기저기 유랑하다 두만강 건너 이국땅 북간도 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북쪽 함경도가 고향인 쫓기는 사내와 따스한 남녘, 멀고 먼 전라도 땅에서 사투리를 몸에 담고 온 여인. 둘이는 삭풍 에이는 술막에서 두 낮 두 밤을 패인 보조개 바라보며 안경 너머 정다운 눈동자 바라보며 전라도 계집아이는 불안에 일렁이는 사내를 위해 사투리 섞어가며 이야기 상대가 되었으리. 함경도 사내 역시 이야기 속에 파묻혀 계집아이를 위하여 잠깐의 꿈도 꾸는데. 북풍한설 끝날 때를 기다려 봄을 기다려 봄을 기다리다가 끝내는 봄을 불러서 너를 보내 줄까 보다 분홍 댕기 손에 들고 ..

사랑. 2017.03.03

맘 속의 사람

2015. 10. 9 김소월 미칠 듯이 볼 듯이 늘 보던 듯이 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운 이 나의 맘에 속에 속 모를 곳에 늘 있는 그 사람을 내가 압니다. 언제도 언제라도 보기만 해도 다시없이 살듯한 그 내 사람은 한두 번만 아니게 본 듯하여서 나자부터 그립은 그 사람이오. 남은 다 어림없다 이를지라도 속에 깊이 있는 것, 어찌하는가. 하나 진즉 낯 모를 그 내 사람은 다시없이 알뜰한 그 내 사람은.... 나를 못 잊어하여 못 잊어 하여 애타는 그 사랑이 눈물이 되어, 한껏 맛나리 하는 내 몸을 가져 몹쓸음을 둔 사람, 그 나의 사람? *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도 지워지지 않는 그런 사람 있지요. 맘이 허해져서 그러나 싶어 다잡아 보고 무던히도 잊고자 다잡아 보고, 다잡아 보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금 ..

사랑. 2017.03.01

그 사람에게

2015. 10. 7 김소월 1 한 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지금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 업는 베겟가의 꿈은 있지만 낯 모를 딴 세상의 네 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음 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 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 업는 베겟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음 이외다 2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삼 년은 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만은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 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 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없구나 밤마다 닭소리라 날이 첫 시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 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사랑. 2017.03.01

별 헤는 밤

2015. 10. 3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

사랑. 2017.03.01

이옥봉 시

2015. 6. 10 1 별한 / 이별의 슬픔 님 떠난 내일 밤이야 짧든 말든 님 모신 오늘 밤은 길고 오래였으면 새벽닭 홰치는 소리 들려오니 두 눈에서 천가닥 눈물이 흐르네 * 님이 떠나간 내일 밤이야 알바 없지만 함께하는 이 밤은 당연 짧은 법, 님을 떠나보내는 여심이 섬세하게 드러나 있다. 이 시는 서도 소리로 대표되는 「수심가」로 채택되어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2 우 / 소낙비 남산 끝자락에 푸른 비 걸려있고 자색 누각에는 비가 흩뿌리고 흰 누각은 개어 있구나 구름이 흩어진 가장자리 햇빛 새어 나오고 하늘 가득 은빛 댓가지 강을 가로지르네. * 선조의 생부인 덕흥 부원군의 후손이자 왕실 종가의 서녀로 시재가 출중했지만 사회의 구습에 따라 시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조원의 소실이 된다. 그..

사랑. 2017.03.01

순정

2015. 3. 31 목이 타면 물얼 묵어야 허고 배가 고프면 밥을 묵어야 허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인디 만내고 싶은 사람은 만내야재 참는다고 참아 지간디오 맴에 담아 놓고 삭혀봐야 고것이 불덩이고 지옥인디 발길 가는 디로 맴이 땡기는 디로 바람따라 물도 흐르고 구름도 떠돌딧끼 그 산에 들앉아 이 맘도 삭신꺼정 주어 부러야 쓰것쏘. 탁배기 생각나는 갑제. 오늘얼 봄기운이 감도는가. 비도 쬐끔 오는디 못자리 물댈 정도는 아니고 삥아리 눈물 맨큼이나 땅바닥에 비치는디 탁배기 한 사발을 마빡이 띵할 정도로 마시고 싶은 날이랑께. 사진속의 손들은 그저 그림일 뿐이고 묵고 싶은 심정이야 목구멍이 근질 거리지만 부질 없는 생각 뿐..... 봄은 하늘에서도 내리고 땅에서도 피어오르는디 그곳, 그대는 봄맞이라도 하는지 ..

사랑. 2015.11.10

누나 / 큰누님

2014. 6. 13 누나. 잘 있어? 내가 힘들었을 때 누나 목소리를 들었어 나를 불러 준거야. 무척 영롱하고 낭랑 했었어 마치 동무인 순자 목소리랑 똑같았어 그 목소리는 누님이 시집가기 전, 기억이 가물할 때의 목소리! 다정하고 청아한 소리 바로 그 정다움이었어. 학균 아 - 단 한마디였지. 지금 잘 있는 거지? 산딸기도 익었고 찔레꽃도 피었어 푸 장애 구워주던아궁이 앞 부 삯이 생각나. 그래서 이렇게 가고 없는 큰누나가 그리워. . . 오늘도 밤하늘! 생각나는 별들이 빛나고 있어 모두들 그렇게 반짝이며 우리를 보고 있는 거지. 누나 - * * * 이맘때가 되면 산딸기가 익어가고 논물 냄새와 항 갈퀴 꽃의 향수가 푸르름으로 안겨온다. 오디가 검붉게 익어가면 보리 타작도 하고 시원한 설탕물에 국수가락을..

사랑. 2015.06.13

시간은 가고

따가운 햇살이 한풀 꺾이고, 만물이 영글어 가는 성긴햇살이 늦여름과 초가을의 바람을 만들어 낸다. 어제가 처서였다. 이렇게 여름은 가고, 정말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고 싫은 계절이 여름으로 각인 되도록, 올여름은 가슴의 슬픔이 비가 되었다. 한 순간이 이토록 허무한 것인가? 두어 시간이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지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은 현실로 찾아온 지금 생(生)은 과연 영원한가. 영원한 생(生)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미의 삭히는 울음이 생의 영원으로 인도 할 수 있음인가? 내가 너의 부모가 되었고 네가 나의 자식으로 만났으면서 우린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어야 옳지 않았겠느냐. 가버린 넌, 허비되는 시간의 상념만 남기어 그리움만 가중시키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딸. 나의 사랑하는 별. 지우야 ㅡ ..

사랑.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