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3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10월 9일 한글날에 북악 성곽길을 걷자고 몇몇 이서 약속했습니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오전 10시에 만나 창의문(자하문)을 출발하여 숙정문을 지나 삼청동길로 내려와 북촌에서 막걸리를 마시자고 했지요.
그곳에,
창의문이 있는 그곳에 [윤동주 언덕]이 있으며 [윤동주 문학관]이 있습니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중국 길림성 북간도 용정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16일(27세) 일본 도시샤대학 재학 중 1943년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형무소에 투옥되어 100여 편의 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옥중에서 요절하였습니다.
[윤동주 언덕]에는 <서시>가 새겨져 있으며 언덕 아래에는 문학관이 있습니다.
그날,
같이 성곽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은 필히 신분증(주민등록증)을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북악 성곽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백악의 아래는 청와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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