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7
김소월
1
한 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지금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 업는 베겟가의 꿈은 있지만
낯 모를 딴 세상의 네 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음 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 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 업는 베겟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음 이외다
2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삼 년은
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만은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 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 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없구나
밤마다 닭소리라 날이 첫 시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 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 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 전 또 못 잊을 말씀 이외다
*
1902년 8월 6일(음)
평안북도 구성군 왕인동에서
부 김성도
모 장경숙 사이의 장남으로 출생.
본명은 김정식.
1904년
부친이 정주와 곽산 간 철도를 부설하던 일본인 목도꾼에게 맞아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켜 이후 조부 슬하에서 성장.
1915년
남산학교를 졸업함.
정주 오산학교 중학부에 입학함.
오산학교 스승인 안서 김억의 영향으로 시를 습작함.
1920년대 초기 시의 기초를 이룸.
1924년
조부의 광산 일을 돕기 위해 귀향함.
김동인, 김찬영, 임장화 등과 [영대] 동인이 됨.
시 <산유화> <생과 사> <명주 딸기> <무신> 등을 [영대]에 발표함.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으로 이사함.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을 「한성도서」에서 간행함.
1934년
시 <기원> <고향>을 [삼천리]에 발표함.
12월 14일 오전 8시 음독자살한 시체로 발견됨.
타계 후 [소월 시초]가 간행되고 수종의 시집이 발행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