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 22

향적봉

2020. 10. 4 무주 덕유산 리조트 설천으로 접어들어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을 향하여 아침을 깨웠다. 날씨는 화창하지 않았으나 선선한 기운은 움직이기 좋았고 산의 정기도 무르익어 이제 다가올 단풍의 옷 단장을 위하여 산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멀리 숲속에 파묻힌 리조트의 전경이 아름다워 사진의 구도를 잡는데 날씨 때문에 렌즈가 선명하지 않아 오늘은 몇 컷의 사진을 건지지 못하겠구나 싶다. 멀리 첩첩히 바라보이는 영봉들이 구름 속에 있고 하늘에 맞닿은 무수한 봉우리들이 앞뒤로 손짓하고 있다. 명절이고 연휴 기간이지만 콘도리조트들은 텅 비어 인적없이 한적하다. 코로나의 여파가 산속에 까지 미치웠고 정부는 정책적으로도 여행을 자제하였는데 그것에 따르지 않은 우리가 미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행길에 나..

산천 2022.01.02

적상산성

2020. 10. 2 중추절, 무주로 향하면서 나의 지난 세월 공사현장을 찾아본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일었다. 적상산은 사면이 충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적상산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여인의 치마와 같다고 하여 붉을 적(赤) 치마 상(裳)을 써서 적상산이라 불린다. 적상산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댐(적상호 864m고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여러 봉우리들과 무주읍내, 양수발전소 하부댐(무주호)와 하부댐 안의 수몰마을인 유수리를 이주시켜 형성된 마을 전경이다. 1994년 무난히도 더웠던 해이고 내 어머니 그 곱던 어머님께서 흰옷 입고 천상으로 가셨던 년도다. 내가 1년여 동안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댐 준공대비공사에 투입되어 댐 주변 2.3km 도로 축대와 U형 측구, 도로 ..

산천 2022.01.02

동백

2019. 3. 11 동백꽃 그 진하디 진한 붉은색 그래서 순정일까요 꽃잎으로 날리지 않고 한송이, 꽃송이로 낙화합니다 이슬 머금지 않아도 바람에 나부끼는 빛들의 향연 낱낱의 동백잎은 가슴 가슴이 열려 있는 무리 진 따스함 처연한 심사는 겨울에 피는 꽃이기에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겸손을 자랑합니다 세한 지우 (歲寒之友) 많은 날이 가고 눈비가 땅을 적시어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 그렇게 노란 꽃밥은 붉은 꽃잎 속에서도 더욱 아름답습니다

산천 2020.04.19

매화

2019. 2. 22 지금쯤 선암사의 매화가 만개했으리라. 꽃봉오리가 맺고 더러는 꽃잎도 피어난 게 3주 전이었으니 그렇게 생각된다. 설 연휴, 2개의 홍예교를 지나 삼목 울창한 숲길을 따라 선암사에 이르니 반겨 주는 게 바로 매화였다. 시골집 화단 눈 속에서도 밑동에 피어났던 검붉은 일월의 설중매는 아니었어도 고목에 피어난 하얀 꽃잎은 여리지만 당당하게도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못해 산뜻한 느낌이 반감되었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롱 패딩의 추위 속에서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선암사 소설가 조정래가 태어나 안태가 묻힌 곳. 그리고 '태백산맥' 무수한 상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낙안 벌을 지나 조계산으로 접어들면서 소설 속 외서댁이며 소화의 잔상이 아련하게 밀려들었다. 일제..

산천 2020.04.19

봄날오후

2018. 3. 29 달래랑 쪽파를 썰어 넣은 양념간장에 상추와 몇 가지 채소를 넣고 달걀프라이를 올린 콩나물비빔밥을 야무지게 먹고서 문득 햇볕이 좋아 양재천으로 나섰다. 실내에서의 우려와 달리 시야는 맑았으며 생동하는 대지의 봄내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파스텔 톤으로 옷을 입은 버드나무의 살랑이는 바람결이며,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물오른 벚나무가 거 무수 레 자태를 뽐내며 도열해 있다. 그래, 봄이다. 봄이 왔구나 생동하는 봄이다. 풀꽃이 피웠다. 새싹이 돋아난다. 사진을 찍으려고 주저앉으니 흙냄새가 왈칵 솟아오른다. 아직은 영글지 않은 햇볕이련만, 아직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지 않았으련만, 아련한 쑥향기에 섞이어 흙내음은, 여인의 속살같은 수줍음으로 코끝에 다가왔다. 개나리가 피웠다. 노랗게 피웠다...

산천 2018.07.08

서울 단풍

2015. 11. 9 어제도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휴일의 오후는 비에 젖은 풍경이었고 서울이 온통 울긋불긋하니 단풍이 절정인 상태로 만추의 쌀쌀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싫지만은 않은 그 쌀쌀함이 밖으로 나가자 했고, 도심은 놀랄 만큼 가로수며, 하천의 둑이며, 주변의 산들이 붉게 물들어 서울의 단풍을 보여 주었습니다. 오늘은 한 주간을 시작하는 월요일, 도로 위를 가고 있다면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만추의 서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황금빛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단풍을 놓치지 마세요. 이번 주가 절정인 것 같습니다. 내키면 외곽으로 드라이브도 좋습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친숙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위안이며 부드러움입니다. 아 - 하면서 찬탄사가 나오는 자연 속의..

산천 2017.03.01

가을 나들이

2015. 9. 20 철로도 녹인다는 9월의 햇살이 묘한 감성으로 벌써부터 가을 모임을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따가운 햇살은 초가을의 꽃들을 만개시키고 다가올 붉은 산하를 위해 그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서 가을모임의 일시와 장소를 예시합니다. 잠정적이기는 하나 몇가지를 고려한 일정이니 검토하시고 개인 사정과 부합하신다면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 2015. 10. 31~11. 1 토,일요일 1박 2일 장소 : 전남 내장산 백양사 인근 주제 : 다 같이 만나보자. * 협조 요청 장성 댁 박순애 님은 백양사 주변의 숙식에 대한 정보가 있으시면 알려 주십시오. - 단풍이 절정인 백양사의 풍경을 상상하면서 캡처한 이미지를 미리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산천 2017.03.01

가을아침

2014. 11. 06 이슬이 차다. 아침 햇살에 반사되는 잔상들이 가늠하기 힘든 아름다움으로 목젖을 파고든다. 가을 손님은 햇살인가 귀하게 왔다 가는 매일의 빛에서 서리 단풍을 만나고 억새 서석이는 백화의 바람을 본다. 어둔 육송의 발치 아래 구절초 향기 내 여인의 흔적이라 싶어 함부로 걸음 걷지 못하고 못 박혀 시세 운다. 짓는 이는 행복하다 누런빛의 나락 농사는 풍년이구나. 이슬 젖은 장독 동무하는 아침햇살과 붉은 단풍 가슴에 차오르는 만족 가을은 어디에서나 황금빛이다. 운무가 드리운 산천 가자한다 그 끝 간 데 없는 생각을 넘어서.

산천 201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