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

봄날오후

홍률 2018. 7. 8. 16:39

 

 

 

2018. 3. 29



 

 


달래랑 쪽파를 썰어 넣은 양념간장에
상추와 몇 가지 채소를 넣고 달걀프라이를 올린 콩나물비빔밥을 야무지게 먹고서
문득 햇볕이 좋아 양재천으로 나섰다.

실내에서의 우려와 달리 시야는 맑았으며 생동하는 대지의 봄내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파스텔 톤으로 옷을 입은 버드나무의 살랑이는 바람결이며,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물오른 벚나무가 거 무수 레 자태를 뽐내며 도열해 있다.

그래,
봄이다.
봄이 왔구나 생동하는 봄이다.

 



 

 


풀꽃이 피웠다.
새싹이 돋아난다.
사진을 찍으려고 주저앉으니 흙냄새가 왈칵 솟아오른다.

아직은 영글지 않은 햇볕이련만,
아직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지 않았으련만,
아련한 쑥향기에 섞이어 흙내음은,
여인의 속살같은 수줍음으로 코끝에 다가왔다.

 

 

 

 


개나리가 피웠다.
노랗게 피웠다.
서울에서의 봄은 개나리가 전령사다.

그렇지만 어릴 적의 봄은,
건장 앞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보릿잎이 잎이 성글고 녹색이 짙어지면 해우를 걷다가도 봄 햇살에 취해 스르르 눈이 감기곤 했었다.
봄이 건장앞의 보릿잎과 졸음으로 먼저 다가왔다.

동네 까끔 병상이네 산으로 피리를 만들려 가면 골짜기 개울가에 얼음이 그냥 있고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는 몹시도 청아한데 개 버들가지의 털북숭이 새싹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에야 비로소 몇개비 개나리도 보고,
참꽃의 눈망울도 맺혀있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버드나무 아래,
여인은 봄을 캐고 있다.

달래
냉이


그것만 캐고 있을까?
보드라운 흙처럼 손끝으로 전해지는
情人의 가슴도 캐고 있으리라.
저녁밥상에 차려질 춘정의 속마음을 꿈꾸며....

 

 

 

 


노닐고 또 노닐고,
그렇게 봄날은 가는데
꽃소식 전해줄 그님은 소식이 없네.
징검다리를 건너면 그 님이 있으려나?
못 오시는 것 같게도 곧 오시겠지.

청둥오리도 짝을 지어 노닐고,
물속에 잉어도 혼자서는 유영하지 않은데
꽃바람도
봄 햇살에 파묻혀 짝이 되어 납시겠지.

큰보단 자우영
웃땅골 유채꽃
앞 배미에 둑새풀

어느새 양재천까지 와서
이내 마음 웃어나 주었으면,
오시는 것 같아도 아니 오시는
못 오는 것 같아도 더디 오시는

꽃바람
봄햇살


 

 

 

 


주말쯤에는 꽃망울이 열리겠다.
다시금 하늘에 꽃이불이 덮이우고
상춘객은 양재천 둑길 위에서 환희를 맛볼 것이다.

자연은 위대해서
속세의 아우성은 모른 채 한다.

속 검은 자의 비리가 밝혀지고
속 빈 자의 몽매함이 또다시 까발려지는데
꽃망울은 열심히도 봄을 갈구한다.

그래서 또 다른 봄은 열리어 가고
동토에도 봄은 오는가
총 맞은 것처럼 백지영이 평양을 간다
하드록의 윤도현이 평양을 간다.

대륙을 호령했던 후예답게,

등 뜨시고
배불리 먹고 시리
흰옷 입고 신명 나게 춤이나 추시면서
그렇게 살다들 가게
꿈꾸는 봄으로,
진정
봄이 왔으면.....

 

 

 

 

 

 

 

 

 

 

'산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  (0) 2020.04.19
매화  (0) 2020.04.19
눈오는 아침  (0) 2017.03.03
서울 단풍  (0) 2017.03.01
가을 나들이  (0) 2017.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