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이 한풀 꺾이고,
만물이 영글어 가는 성긴햇살이 늦여름과 초가을의 바람을 만들어 낸다.
어제가 처서였다.
이렇게 여름은 가고,
정말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고 싫은 계절이 여름으로 각인 되도록,
올여름은 가슴의 슬픔이 비가 되었다.
한 순간이 이토록 허무한 것인가?
두어 시간이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지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은 현실로 찾아온 지금
생(生)은 과연 영원한가.
영원한 생(生)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미의 삭히는 울음이 생의 영원으로 인도 할 수 있음인가?
내가 너의 부모가 되었고
네가 나의 자식으로 만났으면서
우린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어야 옳지 않았겠느냐.
가버린 넌,
허비되는 시간의 상념만 남기어 그리움만 가중시키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딸.
나의 사랑하는 별.
지우야 ㅡ
유독 차가운 것과 달콤하고 새큼한 음료를 즐겨 마시던 넌,
입성도 까다로워 엄마와 언니에게서 지천도 많이 들었지.
그래서인지 언니가 먹보 돼지라 해도 넌 게이츠 않았다.
그만큼 먹는 것에 대한(맛에 대한) 미각은 특별했었다.
두 살이 될 무렵 운영하던 휴게소에 관광차가 들어오고,
손님들이 아이스크림을 골라가면 그걸 붙잡고 울던 네가 생각난다.
아마도 온종일 시도 때도 없이 꺼내먹은 아이스크림이 동이 날까 봐 손님들이 사가면,
네꺼라고 때를 쓰던 그때부터 너의 먹성은 정해 졌는가도 모르겠다.
네가 사담은 곰돌이 인형들이 인형 옷장에 가득히 진열돼 있다.
캐릭터도 다양해서 손댈 수도 없구나.
언니가 샵에 몇 개 가지고 갔는데, 미르 놈이 달라고 조르는 모양이다.
요즘은 자꾸 자리가 비어 간다
하긴 며칠 전 인형 진열장을 샀는데 보이 지를 않는다.
또 샵으로 가져갔나.
즐겨 입던 블라우스.
그래서 삼우제 다음날 운악산 골짜기에서 너에게 보내 주었는데
받아 보았니.
머리 염색을 하고서 오던 날
엄마는,
과로로 생기가 없다며 7월 중에 건강검진을 예약하자며 너와 약속했었는데....
백야!
하얀 밤이 지속되는 설원의 세계.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작품의 제목이었지.
사슴과 토끼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었을까?
그제는 꾸려서 학생 편에 학교로 보내 주었다.
다만 부주의로 사슴뿔이 망가졌는데 복원이 잘 됐는지, 지우야 미안하다.
촬영이 성공했으면 한다.
생의 최후!
마지막 얼굴 모습이다.
초췌한 모습이 졸작의 피로감 때문으로만 알았다.
샵에서 머리 염색을 하고 오던 날.
식구들 모두가 이쁜 색상이라고 하였을 때도 넌 씩 웃음만 흘렸었지
그러고서 일주일도 못가 넌 떠나갔다.
별이 되고파서.....
소리를 찾아내고,
TV에서 두세 단계 뒷 화면의 그림도 놓친 적이 없던 투시력이 그냥 예사롭지 않은 능력이었을까?
순수하기만 했던 영혼으로
너무 인간적인 냄새가 배어날 때도 무심하게 그러려니 했던 지나침이 다시금 생각난다.
이렇게 빨리 떠나가지 않았다면 넌 무엇을 하는 사람이었을까?
너의 희망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하여] 화가가 되겠다던 꿈을 꾸었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구나.
아무렇게나 남겨져 있는 퍼즐 같은 흔적들이 그동안의 너를 대변해서 집안 곳곳에 남아있다.
시간은 가고 그리움은 자꾸만 안으로 스며드는데
.
.
.
바람이 바뀌었으면 한다.
여름의 바람은 가고 햇살도 누그려지면서 다음 계절의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