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분당길

홍률 2013. 7. 13. 16:31

 

 

 

 

 

 

 

 

 

 

 

오늘도 이 길을 간다.

여태까지는 와보지도 못했던 길을, 이제 휴일이면 아침에 해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레 길을 나서게 된다.

시간으로는 40분 정도면 가볼 수 있는 곳.

공간으로는 서울에서 성남 분당을 지나 광주의 오포에 위치해 있지만,

신분당선 판교까지 15분여 거리이고 셔틀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해 너를 볼 수 있다.

 

잊기 위해서 억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네가 살아 있는 것만 같고 너의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 인 것만 같아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너의 부재가 사실로 여겨지는 것도 요즘 들어서이다.

 

가게에서, 컴퓨터방에서 너를 부르면 들리던 그 목소리.

무뚝뚝하면서도 항상 무언가에 열중이던 얼굴.

그렇면서도 집에 있으면 아침 늦게까지 뒹굴거리던 잠꾸러기.

밤을 하얗게 새우고서는  그제야 다시 보기 TV 음악프로를 켜던 멋대로의 넌 이제 볼 수가 없다.

쉽게 잊힐 것 같지는 않구나.

 

이번 주일에는 네가 잠든 그곳에 고등학교 친구가 다녀 간 것 같다.

하얀 장미와 안개꽃 같은 소소한 꽃다발이 간단하면서도 정성으로 포장되어 거꾸로 매달려 있었으며

창일이가 준비해둔 메모장엔 고3 친구라고 하면서 간절함이 배어든 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했었다.

 

일전에 너를 보내고 10여 일이 지났을 무렵 블로그에서 네 소식을 접했다면서 긴가민가해서

전화를 걸어온 친구가 있었는데 (섬이라고 했든가) 아마 그 친구인가 싶다.

여고동창들의 이름이 없어, 아니 어쩌면 누가 누구 인지도 모르는 이름들이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학교 재학 중에 같이 반장을 지내며 친해졌다고 하면서,

여고동창들에게 알려 찾아가겠노라며 장지를 알려달라고 하던 친구가 있었다.

고맙게도 그 애랑 다른 친구들이 너를 찾아갔었는가 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은 겹겹으로 산자락이 둘려 쳐져있어 조망이 좋구나.

새로운 보금자리 세 군데를 압축해 놓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어서 인지 찾아가기도 쉽고 낯설지가 아니해서 다행이다 싶다.

 

너 있는 곳,

너의 영원한 안식처.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  황제 2실 5면 6열 7단 / 황제 2-7039.

 

비가 내리는 날이면 너를 위해 하늘을 보고

눈이 내리는 날이면 너의 웃음을 떠올릴 것이다.

 

바람이 지나가면 너의 소식 물을 것이며

햇살이 따사로우면 행복해하는 너를 생각할 것이다.

 

구름도 없는 맑은 달밤이면

별을 헤이는 심정으로 너의 별을 찾아 이슬 젖은 상념에 빠져도 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그리움은 쌓이는 낙엽처럼 숲 속에 잠들어도

언제나 나에게는 너인 것을,

가슴 안에 너를 묻고, 죄인인 것만 같아 실로 애달프지만 내 사랑 내 딸아 영원히 너를 사랑한다.

내 딸로 왔다간 너를 영원히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일도 너를 향한 발걸음이 분당길로 접어들겠지.

우리 그렇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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