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승봉산 산행

홍률 2021. 12. 30. 18:54

  

 

2019. 10. 29

 

 

 

 

무박 일정으로 승봉산 산행을 계획한 '신안 압해중 동문산악회'에 편승하여 26일(토) 밤 11시 50분에

사당역에서 야간 버스로 목포를 향해 출발했다.

 

어릴 적 목포 뒤께 선창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압해도에는 다소의 친구들이 있어 (재동, 채근, 경문, 영오) 오래전에

다녀본 섬이었고 좋은 기억들도 있어서 언제나 친근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갈 수 있다니 마치 고향길을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압해중학교동문들이 회원으로 구성되어서 인지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고 역시 우리 동창들처럼 서울을 출발하자마자 뒷좌석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나와 집사람은 게스트로 객식구라  뒷좌석에 앉았는데 얼떨결에 합류하게 되었고 지루하지 않게 목포까지 갈 수 있었다.

 

1 회생인 전임 동문회장에게 나의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더니 그분들은 선배들로서 압해도에 중학교가

생기기 전이라 목포에서 학교를 다녔을 거라고 하였다.

하긴 그친구들은 고등학교 때 만나서  중학과정은 모르고 있었다.

 

새벽에 목포에 도착,

현 동문회장께서 식당을 운영하고 계셔서 도착하자마자 꽤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서 압해대교를 건너갔다.

 

 

 

 

 

압해도는 유일하게 교량이 3개인 섬이다.

목포와 연결되는 '압해대교'

무안과 연결되는 '김대중대교'

암태도와 이어지는 '천사대교'이다.

 

천사 대교의 명칭은 신안군의 브랜드인 천사의 섬에서 따왔다.

천사의 천사는 1004개의 섬 숫자에서 만들어졌다.

 

신안군은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지자체이다.

공식적인 자료로는

유인도 72개 도와

무인도 758개가 있어서 총 830개의 섬인데 

아주 조그마한 자잘한 섬까지 포함하면 1003개의 섬으로 되어있다.

 

신안군에서 섬을 강조한 브랜드를 만들려고 1년여를 고심하다가 

백중사리 간조 때 섬이 하나 더 보여서 1004개의 섬이 되므로 천사의 섬으로 명명되었다 한다.

부산의 오륙도는 다섯 개의 섬에서 만조 때 여섯 개로 분리되어 오륙도로 불리고 있는데 그 반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천사 대교는 금년 4월에 개통하였는데 천사대교로 인해

압해도 - 암태도 - 자은도 - 팔금도 - 안좌도가 육지와 연결되었다.

 

천사대교는 길이로 보면 국내 4위의 교량이며

1위 인천대교 18.38km

2위 거가대교 8.2km

3위 서해대교 7.31km

4위 천사대교 7.62km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천사 대교의 특징은 두 가지의 공법으로 

와이어를 이용한 현수교와

주탑을 이용하여 케이블로 떠받치는 사장교인데 두 공법의 구간은 각각 1004m이다.

그리고 다른 교량에 비해 운행속도가 60km로 제한돼 있으며 자전거나 보행자의 편의를 위한 별도의 인도선이 없다.

그래서 체감하는 길이가 좀 멀게 느껴진다.

 

또 하나, 압해도는 섬인데도 순환 국도인 77번 국도가 통과하는 곳이다.

서울 외곽으로 순환도로가 있듯이 전국을 도는 순환 국도가 있는데 우리 고향 영전길도 77번 국도이다.

 

 

 

 

 

 

암태도의 승봉산은 해발 355.5m의 나지막한 바위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이다.

3시간 코스의 산행이었는데 오랜만에 산에 오르는 것이라 다리도 무겁고 폐가 압박해 왔다.

 

그러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비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관이다.

 

천사 대교로 이어진 압해도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증도,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가깝게 자은도가 있고 아득히 흑산도가 구름처럼 떠있다.

계속해서 좌측으로 바라보이는 가거도, 비금도, 도초도, 팔금도, 안좌도의 사이사이로 무수한 섬들은 과히 일경이다.

각 섬마다 바라보이는 염전과 간척지의 농토, 조그마한 저수지는 순전히 사람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이리라 여겨지며 인고의 삶을 살았을 그 섬의 선조들의 생활상이 사무치게 떠오른다.

하긴 먼 상고시대, 선사시대의 유적이 남아 있다니 섬이라 해서 그냥의 섬은 아니고 나름의 역사는 지니고 있겠지 싶다.

 

 

 

 

 

 

암태도 승봉산 산행을 마치고 자은도 백길해수욕장으로 가서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승봉산은 암태도에 있으며 암태중학교 뒷길이 등산로 입구가 되었다.

 

바닷가의 사람들,

그것도 섬사람들 답게 푸짐한 음식들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총무단에서 준비한 거라 하는데 다양한 가짓수와 음식들이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남의 행사이고 음식이지만 나열하자면 우선 차에서부터 물해우덕음, 당일 잡은 문조리회, 닭발, 돼지껍질 볶음,

돼지고기 수육, 낙지, 소고기 육사스미, 생두부와 김치볶음, 대하(새우) 장아찌, 갈치 창젓, 디퍼리 젓, 흑산도 홍어, 찰밥,

시래기 된장국, 농게 젓, 그 외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만하고

낙지 같은 경우 1인당 몇 마리 할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하였다.

 

백길해수욕장의 모래는 옛날 우리 고향의 굴 앞 모래처럼 가늘고 고왔으며 모래사장이 유난히 깨끗했다.

그리고 모래의 유실을 막기 위해 삼각형의 대발을 설치하였으며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 쪽으로는 인공구조물을 쌓아 모래언덕이 유지되게 하였다.

 

다른 지방처럼 민박이나 펜션들도 눈에 띄지 않고 관광지의 상흔도 없어 그저 한가한 농어촌의 풍경 그대로였다.

 

자은도에서 암태도로 나와 팔금도와 안좌도를 둘러보았다.

안좌도의 퍼플교는 김 매금 할머니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인데 자줏빛 보라색으로 테마를 잡고 있어 앞으로도

보라색의 이야기는 꾸준히 개발되어 질거라 예상된다.

 

오후 5시경에 압해도를 출발해 귀경길에 올랐다.

압해도 특산품인 무화과와 제주감귤, 그리고 등산양말을 선물로 받았는데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스케줄로 저녁식사도 휴게소 한편에서 맛있게 먹었다.

그들의 준비성은 저녁식사는 별도의 박스로 분리되어 있었고 비닐 자리까지 가져와 철저한 뒤처리까지 완벽했다.

 

역시나 귀경길의 차에서도 술자리는 이어지고 들리는 휴게소마다 쓰레기를 분리 처리하여 차 안은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었다.

 

5,60대가 주축인 동문들로 엮여 선, 후배의 예우가 깍듯했고 다른 어느 단체보다도 우애가 돈독하였으며 더구나

고향길의 산행이어서 인지 모두 들뜬 마음들로 각 마을을 지날 때마다 누구네 집, 누구네 밭이라며 그 시절들을

그리워하는 모습에서 세월의 풍상도 엿볼 수 있었다.

 

소슬한 가을바람이 서울의 밤을 휘젓는데 가을의 정취 라야 창가에 놓여있는 국화꽃화분이 전부인 도시생활,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사람 사이의 연으로 가끔은 이렇게 콧바람이라도 쐬이눈게 낙이지 않겠는가.

 

이번에 함께 해준 압해중학교 동문산악회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도 이번 주말에는 고향을 간다.

우리 식구들을 만난다.

이 아니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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