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18

아내.

달도 없는 밤 봄밤은 깊어지는데 당신은 피곤에 겨워 잠을 청 하지만 몸은 자꾸 뒤척입니다. 그래 한번쯤 등이라도 토닥거려 주고픈 마음이야 하늘 같아 늘 맴도는데 여직 까지는 그러지도 못하고서 마음만 앞서갑니다. 그대 머리맡에서 자는 모습 보면서 젊었을 때는 젊 다해서 내 맘대로 였고 그러는 당신은 나보다 나이 적어 그저 순종만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 서로를 알고 사돈은 우리를 맺어주려 그리 마음조려 애를 썼는데 정작 우리들은 재미있어 하며 몰래 만났었지요. 눈이 쌓이는 밤에도.... 그 때가 엊그제 같고 그때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지나간 주말과 주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우리 에게도 자식이 있고, 가 보지 못한 신혼여행의 단꿈도 늘 이맘때는 떠 올라 딸 들은 미리들 선물을 준비하고 나..

동반자. 2010.05.13

정든님의 잔.

술꾼은 애주가? 애주가라고 다 술꾼 일까. 술꾼은 그냥 술꾼 일뿐. 술에 맞아 아니면 다른 연유로 지금은 술을 드시지 못 하지만 술꾼은 술에 대한 그 어떤 핑계나 울타리도 없는 것 아닌가. 술은 술이고 술은 자시는 것이다. 실없는 유머는 깃털보다 못하고 법은 뒷간에 뒷 소시개 보다 더러운 것. 바람 있어 술이 있고 술이 있어 구름은 흘러간다. 꽃이 피면 술 따라오고 달이 차면 정인은 술부터 따른다 마주 앉아. 조반 상이 먼저 일까 소반에 반주는 내 오랜 집안 풍속 눈물짓는 와중에도 내인은 술을 친다.

동반자. 2010.04.21

[스크랩] 양재천의 가을풍경.

아마추어 솜씨도 못 되면서, 매일 지나다니며 갈꽃이 지기 전에 그림으로 남겨야지 하는 욕심으로 양재천을 담아본다. 사실 촌놈 근성이랄까?. 흙냄새가 풍기고 , 냇둑이 있으며, 또랑에 물이 흘러가는 것이 무척 좋다. 비가 왔다가고 하늘이라도 맑은 날엔 풀냄새도 맡을 수 있다. 아직은 서리가 내리지 않지만 밤에는 냇가에 물안개도 피워 오른다. 완연한 단풍이 아니어서 그림으로 가기에는 빠른데 갈꽃이 지고 있어서 마음이 급했다. 무심한 편이 편한 법인데.... 무심한 쪽으로 살자 한다. 냇둑 길 걷기에 편한 길이며 투스콘으로 포장되어 탄력감이 있고 푹신한 느낌이 좋아 나이 드신 분들의 전용 코스이다. 한 여름에도 나무 그늘이 있어 대낮의 산책도 가능하고 벤치의 휴식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일성이가 즐기는 길이고 ..

동반자. 2009.12.10

[스크랩] 양재천 의 달빛.

낮과 밤이 우리의 옆을 지나가고, 정리되어 있는 갈대밭이 도심 속에 있구나, 생각 키울 때 아내랑 문득 양재천을 걷는다. 바람이 하늘 거리고 꽃이 있는 달밤. 둘이서 걷지만, 지친 어깨를 따라가며 괜한 시선은 검은 청계산을 훔쳐본다. 마음이야 다정스레 풀꽃도 전해주고, 달빛도, 안겨주고 싶지만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바라보는 눈동자에 안개가 서릴까 봐 예전처럼 그저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빛만 이어간다. 구름 속에 달 밖으로 고개 내밀 때 밝다. 무언가 말해놓고 뒤돌아 보며 웃는다. 부질없이 또, 잡생각을 한 걸까? 남들은 운동이라고 저리들 열심인데, 세월은 부족했던 목소리를 나누라고 꾸짖는다. 고운 치아, 시력 때문에 밉려 했던 아미. 그래도 큰 웃음소리는 촌보다 더한 풍경을 달빛으로 주고 ..

동반자. 2009.12.10

[스크랩] 광화문 오후.

가을날이었어도 날씨는 화창하니 맑지를 못해 시야는 흐릿했으나 선선한 기운은 덥지도 않고 나들이하기에 좋은 오후였다. 광화문 광장은 광장으로 명명하기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조형물과 꽃 시설물이 차지하였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동이 가능한 설치물이라는 점이 위안이 되었다. 가장 시원스레 가슴에 와닿는 감동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북악의 확 트인 자태였다. 광화문의 복원이 완전히 이루어지고 주변의 성벽이 어떻게 단장될지 모르지만 지금 욕심 으로선 높지 않게 나지막 하니 청와대와 북악이 시야에 들어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웅 이순신. 언제나 그 자리, 그 위치에서 400년 전의 그 위용처럼 당당히 서 있다. 이순신 (李舜臣 1545 ~ 1598) / 본관은 덕수 (德水). 자는 여해 ..

동반자. 2009.12.01

사랑.

처음 만나 사랑에 빠져 세상이 전부 내 것 인양 그렇게 행복에 젖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좋았고 쳐다만 봐도 웃음이 번졌습니다 만나던 때가 겨울이었어도 마음은 봄날과도 같이 따뜻하였고 움트는 새싹의 첫 순이 꽃잎 되어 향기로 솟아 피어났습니다 이제 사랑은 남고 세월은 많이 지나가서 그리 곱던 얼굴에 주름만이 머물고 쓰다듬던 백옥같이 흰 손은 차마 보기 힘들게 너무도 변하여 가슴속을 저미게 합니다 사람이 사는 건 부끄럽지 않으나 나의 사랑이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아침으로 오는 햇살에 죄스러움으로 늘 그대를 향 합니다 겨울이 가고, 또 봄이 가고 수없이 갔어도 사랑은 남아, 곁에 있는 세상과 더불어 합니다 어느 날은 숨차게 거리를 헤매고 다른 날은 호 젖이 산속 길을 갑니다 언제나 둘이서 그렇게 가는 길이 사랑..

동반자. 2009.09.09

회상 (回想)

여름밤. 풀벌레 소리가 초저녁을 휘젓고, 반 달은 나지막이 샛길을 비추는데 그대여! 우리 항상 같이 있고 늘 맞이하는 이 밤이지만, 처음 만나던 때를 생각하며 짧은 회상에 잠깁니다. 처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물든 나뭇잎 몇 개, 추수 끝난 논둑길 가로지러 탄천으로 부지런히 내 달리던 그때가, 지금은 부끄럽고, 애스러워 웃음이 나지만 그래도 그때, 그대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기뻤었습니다. 첫눈이 오고, 약속시간은 자꾸만 지나가는데 미련 둥이 당신은 정말 미련했습니다. 하염없이 눈은 내리고 오시는 눈은 발목을 덮어 소복이 쌓이는데 그대는 문 밖에서 언 손만 부여잡고 나 나오기만 기다렸습니다. 부르지도 않고 나 나오기만 그렇게, 하염없이 그대는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언젠간 나도 그렇게 하얗게, 지새우며 당신을..

동반자. 2009.07.09

그곳

고통을 인내하는 젊은 여자의 새빨간 눈물방울 서로를 보고 있는 말없는 눈동자 노부부! 늙은 어미 놔두고 발길 떨어지지 않는 아들 바쁜데 전화만 하고 오지 말라는 어미 환자 손에서 아들 손에 건네지는 봉투 가로채는 며느리 그걸 바라보는 봉투의 주인 시숙 깊지 않은 잠 빛을 잃어 누런 달 밤 조금씩 검어져 가고..... 하얀 제복은 정말 천사일까 밤새 복도를 날고 있다.

동반자. 2009.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