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없는 밤
봄밤은 깊어지는데 당신은 피곤에 겨워 잠을 청 하지만 몸은 자꾸 뒤척입니다.
그래 한번쯤 등이라도 토닥거려 주고픈 마음이야 하늘 같아 늘 맴도는데
여직 까지는 그러지도 못하고서 마음만 앞서갑니다.
그대 머리맡에서 자는 모습 보면서 젊었을 때는 젊 다해서 내 맘대로 였고
그러는 당신은 나보다 나이 적어 그저 순종만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 서로를 알고
사돈은 우리를 맺어주려 그리 마음조려 애를 썼는데
정작 우리들은 재미있어 하며 몰래 만났었지요. 눈이 쌓이는 밤에도....
그 때가 엊그제 같고 그때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지나간 주말과 주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우리 에게도 자식이 있고, 가 보지 못한 신혼여행의 단꿈도 늘 이맘때는 떠 올라
딸 들은 미리들 선물을 준비하고 나들이를 손꼽았는데
그런데도 막상 나는 어린날의 옛 친구들과 여행을 갔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는 깨복쟁이 동네 친구인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들이랑 같이서 말입니다.
그러는 내가 싫어 다시 한번 그대를 보고 그대의 눈망울을 쫓아가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만나던 때의 그 고운 얼굴은 어디 가고
지금은 삶의 무게가 당신을 망가뜨려 놓았어도 그래도 항상 당신이 곱습니다.
더욱이 이번은 더욱 그러합니다.
말없이 새벽에 아침밥을 준비하고 버스에까지 이고 나와 배웅하는 그 사랑이
내게는 또 어떤 눈물이 되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이제 더 이상 뜨거운 눈빛은 없어도
포근한 마음으로 그대를 바라보렵니다.
추억할 수 있는 고향과, 골짜기와, 새소리는 친구들과 더불어 감미롭고
내 안에 갇혀있는 우주와, 빛깔과, 숫자는 더듬어 다다르는 걸음이며
본연의 희열과, 어둠 속에 피어나는 붉은 열정은
아침마다 마주하는 당신 얼굴이고, 웃음 짓고 나무라는 정든 사람의 사랑이라 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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