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우리의 옆을 지나가고,
정리되어 있는 갈대밭이 도심 속에 있구나, 생각 키울 때
아내랑 문득 양재천을 걷는다.
바람이 하늘 거리고
꽃이 있는 달밤.
둘이서 걷지만, 지친 어깨를 따라가며 괜한 시선은
검은 청계산을 훔쳐본다.
마음이야 다정스레 풀꽃도 전해주고, 달빛도,
안겨주고 싶지만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바라보는 눈동자에 안개가 서릴까 봐
예전처럼 그저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빛만 이어간다.
구름 속에 달
밖으로 고개 내밀 때 밝다.
무언가 말해놓고 뒤돌아 보며 웃는다.
부질없이 또, 잡생각을 한 걸까?
남들은 운동이라고 저리들 열심인데,
세월은
부족했던 목소리를 나누라고 꾸짖는다.
고운 치아, 시력 때문에 밉려 했던 아미.
그래도 큰 웃음소리는
촌보다 더한 풍경을 달빛으로 주고 있다.
옛사람 비추던 달
지금 그 달 본다.
많은 것이 있다가 없어져도, 우리의 기억에는
사람보다 못한 것을!
구름처럼 둥둥, 북소리는 떠다녀도
양재천 소로에 달빛마저 없다면
나뭇가지 그림자 둘이 밟지 못했고,
이슬 내려 젖은 돌 찾아내지 못했으리.
아내랑 둘이 걷는다. 술도 따라와 셋이면 좋겠다.
논두렁의 잡초는 엊그저께 베던데, 새참 때의 막걸리는 보이 지를 않더라.
나 일할 때는 막걸리가 좋겠다.
출처 : 적현
글쓴이 : 적현 원글보기
메모 : 2009. 6. 26. 밤 23:00 이면 영업후의 운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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