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9
꿈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기다리면서 정녕 찾아들기를 바랐습니다.
새하얀 웃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그냥 돌아 선다 해도
섭섭한 마음이 일 것 같지는 아니한
그러한 한 사람이 깊은 꿈속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같이 했던 포근함도
함께했던 짖꿎음도
아련이 꿈으로 다시, 다시금 일렁이면서
어둑한 산기슭 아래 산야초 엉클어진 숲길을 따라
달이 뜬 가을밤
흰 이슬처럼
흔적 없이 젖어들기를 바랐습니다.
꿈으로는 늘 그곳이
동네 까끔의 그늘진 설밑이었고
몰고리 골짜기 또랑 물소리 돌돌 거리는
쉼 바탕쯤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해저녁의 큰 골!
소떼와 같이 빠져나오는 초입인가도 모르겠습니다.
소싯적의 추억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음이
지금도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의 마술과 우주의 빛나는 신비 때문이며
꿈결 같은 이야기의 전개 때문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떤 곳에서 다시금 왔는가.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은 깊은 단잠으로 왔다 갔을까?
소아기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늘 기억 저편에 있는 걸까?
청담스님의 말씀처럼 꿈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걸까?
.
.
.
모르겠습니다.
다만, 난
길거리 사람들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빗보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늘도 쳐다 보고
땅도 바라봐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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