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꿈으로 오는 한 사람

홍률 2022. 1. 2. 13:14

 

 

 

2020. 9. 19

 

 

 

 

 

 

꿈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기다리면서 정녕 찾아들기를 바랐습니다.

새하얀 웃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그냥 돌아 선다 해도

섭섭한 마음이 일 것 같지는 아니한

그러한 한 사람이 깊은 꿈속으로 오기를 바랐습니다.

 

같이 했던 포근함도

함께했던 짖꿎음도

아련이 꿈으로 다시, 다시금 일렁이면서

어둑한 산기슭 아래 산야초 엉클어진 숲길을 따라

달이 뜬 가을밤

흰 이슬처럼

흔적 없이 젖어들기를 바랐습니다.

 

꿈으로는 늘 그곳이

동네 까끔의 그늘진 설밑이었고

몰고리 골짜기 또랑 물소리 돌돌 거리는

쉼 바탕쯤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해저녁의 큰 골!

소떼와 같이 빠져나오는 초입인가도 모르겠습니다.

 

소싯적의 추억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음이

지금도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의 마술과 우주의 빛나는 신비 때문이며

꿈결 같은 이야기의 전개 때문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떤 곳에서 다시금 왔는가.

 

꿈으로 오는 한 사람은 깊은 단잠으로 왔다 갔을까?

소아기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늘 기억 저편에 있는 걸까?

청담스님의 말씀처럼 꿈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걸까?

.

.

.

 

모르겠습니다.

다만, 난

길거리 사람들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빗보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늘도 쳐다 보고

땅도 바라봐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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