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20
저녁밥상 덕석머리 마당에는
도리방석에 고추가 널려있고
한쪽으로는 녹두 깎지를 말리느라
비닐천막을 잇대었다
저녁나절
해는 달마산 꼭대기에 기울어
금빛 바다 붉은 노을은 수평으로
찬란함을 더하는데
고추잠자리는 하늘 높이 맴을 그리고
방 낮의 더위는 어디로 가고
서늘한 바람은 뒷집 담 넘어
앞집 감나무 감잎을 스쳐 지나간다
8월도 끝자락 상사화는 피웠건만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상사화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아
서로 생각만 하고 볼 수 없음이
늦여름
불타는 태양의 계절이 가고
열매가 익어가는 언덕배기 나무 아래로
벌레소리 가을을 재촉하는 것 같아
부질없게도 마음 졸이며
그렇게 피어나는 꽃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가을은 산들바람으로 다가서는데
그대여
우리 젊은 날은 어떤 모습으로 지나갔을까
한 여름
소나기처럼 갑자기 퍼붓다가
느닷없이 그쳐버린
그런 시절로 각인됐을까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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