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여름의 끝자락

홍률 2021. 12. 30. 15:21

 

 

 

2019. 8. 20

 

 

 

저녁밥상 덕석머리 마당에는

도리방석에 고추가 널려있고

한쪽으로는 녹두 깎지를 말리느라

비닐천막을 잇대었다

 

저녁나절

해는 달마산 꼭대기에 기울어

금빛 바다 붉은 노을은 수평으로

찬란함을 더하는데

고추잠자리는 하늘 높이 맴을 그리고

 

방 낮의 더위는 어디로 가고

서늘한 바람은 뒷집 담 넘어

앞집 감나무 감잎을 스쳐 지나간다

 

8월도 끝자락 상사화는 피웠건만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상사화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아

서로 생각만 하고 볼 수 없음이

늦여름

 

불타는 태양의 계절이 가고

열매가 익어가는 언덕배기 나무 아래로

벌레소리 가을을 재촉하는 것 같아

부질없게도 마음 졸이며

 

그렇게 피어나는 꽃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가을은 산들바람으로 다가서는데

그대여

우리 젊은 날은 어떤 모습으로 지나갔을까

 

한 여름

소나기처럼 갑자기 퍼붓다가

느닷없이 그쳐버린

그런 시절로 각인됐을까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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