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눈은 내리고

홍률 2022. 2. 27. 16:28

 

 

2021년 1월 10일

 

 

 

며칠 전 저녁 무렵에 눈이 내렸습니다.

온통 새하얀 세상이 되어

골목에도 

건물에도

나무에도

소복소복하며 포근이 쌓이는 눈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오는 모습을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감흥에 젖어 한참을 지켜 봐 주기란 근래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은 먼 옛날을 상기시키며

샘 골목 담벼락 너머 검은 감나무 형체 사이로 아련히 날리는 하얀 눈송이들의 정겨움이 새삼 묻어나

어린 시절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유난이도 우리 어릴 때는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그렇게 눈이 내리던 밤

구불청 노화도에서 이사 온 금옥이네 작은방에서 모두 이불속에 발을 모아 두고 땅콩과자를 먹으면서

마냥 깔깔대고 까르르 웃으면서도 주제도 없는 이야기에 그냥 좋아했던 그 시절이 그립고 마냥 떠올랐습니다.

 

노래도 불렀습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남진의 가슴 아프게, 님과 함께, 우수.

김추자의 커피 한 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무인도 등등.

온 밤이 지새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밖은 어느새 왔는지 새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잇었습니다.

 

 

 

또한 그 시절의 삼다이판도 잊히질 않습니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막걸리를 들이켜던 그때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만이라도 그때로 돌아가 상판을 두둘여 보고 싶습니다.

너는 부르고

나는 마시리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쿵자가 작작

하이타이로 빨았습니다 여자의 일생

코로나 19가 가을쯤에는 진정되어 고향의 어느 깊숙한 산속, 고즈넉한 펜션에 자리 잡고

밤새도록 상다리를 두들어 볼까도 상상합니다.

 

 

 

오래고 긴 터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겪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우리는 잘 견디고 있고 인내하면서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현 정부는 지금의 사태를 컨트롤을 잘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통합을 잘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국력은 신장되었고

위상은 치솟았으며

국제적 위상은 G7에 올라섰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 대한 막연한 경제적 위화감은 이제 사라졌으며 경제적으로나, 국력에 있어서도 일본을 아래로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일부 정치인, 경제인들의 일본 바라기와 주의, 주장이 희석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언론사와 친일 주의자들이 상존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일뿐입니다.

우리는 승승장구할 것이며 좋은 세상이 더 펼쳐질 것입니다.

건강하고 웃으면서 늘 새롭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삶이 영위되고 또 그렇게들 행복해 지기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눈 내리는 밤은 누군가 그립지 않나요.

 

나는 인연을 생각합니다.

불교에서는 인(因)과 연(緣)을 함께 부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나는 종교가 없으며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인연을 중시합니다.

백과사전에서는

 

*

인은 결과를 산출하는 내적, 직접적 원인이며

연은 결과의 산출을 도와주는 외적, 간접적 원인이다.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주된 것이 인이며, 보조적인 것이 연이다.

또 인을 넓게 해석하여 인과 연을 합해 인이라고도 하고, 반대로 연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생겼다가 인연에 의해 멸한다.

 

용수의 중론(中論)에 의하면 이와 같은 존재의 생멸은 진실한 모습이 아니므로

*불생불멸(不生不滅)*이며, 나아가 그 인연마저도 실재성이 부정되므로 모든 존재는 *공(空)*이라 했다.

 

구사론에서는 인과 연을 다시 자세히 분류하여 육인 사연의 이론을 전개했다.

육인은 능작인, 구유인, 상응인, 동류인, 편행인, 이숙인을 말하며,

사연은 인연, 소연연, 등 무간연, 증상연을 말한다.

육인 가운데 능작인은 사연의 증상연이며, 나머지 오인은 사연의 인연이다.

그러나 유식학파에서는 육인 가운데 동류인을 인연과 증상연에 통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오인은 증상연이라고 했다.

*

 

인연에 의해서

나와 내 형제는 같은 조상과 부모를 만났으며

나와 내 동무는 같은 고향 영전과 스승을 모셨으며

나와 내 친구는 같은 하늘과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립고 추억하며 이 밤을 지새우는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나와 인연을 같이하는 모든 이에게 축복이 함께 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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