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홍률 2022. 1. 1. 12:49

 

 

 

2020. 5. 8

 

 

 

 

 

그때 그 어느 봄날

 

푸릇푸릇한 보릿잎이 껑충 자라 버린 어린날의 배나무 옆탱이,

산꼭대기에서 동네 어머니들이 장구와 북을 치며 춤추고 노래하던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샘 골목 어머니들이 모여 떡을 하고 안주를 만들어

화려하게 옷 단장을 하고 배나무 옆탱이로 온 동네 부인들이 봄놀이 즐기던 그때도 5월이었습니다.

 

그날의 즐거워하시던 어머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고

같이 흥겨워하시던 소중한 얼굴,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장구를 치면서 노래하시던 청지골 종표 큰어머니

술을 과하게 잡수시던 청지골 동원형 어머니

우리 마을 제사장이셨던 동네 까끔 당골래 한 씨 아주머니랑

어디서 오셨는지 무지하게 예뻤던 노래하는 소리꾼 여인들

 

집에서 술을 걸러 내시던 재권네 할머니

떡 하신다고 분주했던 조식이 어머니와 영매 어머니

도그통에서 떡매를 치시던 규원형님과 병곤형님

횟감으로 쓸려고 미나리와 전어를 손보시던 일권네 할매

 

이제는 먼, 먼 옛날의 얼굴들이지만

오늘 어버이날

그 얼굴들이 정녕 그립습니다.

 

이렇게 세월은 가고

우리가 그때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더 들었어도

그때가 행복 스러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건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기억의 저 편,

고향의 추억 때문이겠지요.

 

오늘, 자녀들과의 좋은 시간을 잘 보내셨나요.

이제, 꿈나라로 들어가

그리운 아버지

보고픈 어머니

개구리 울고 독새풀 향기 그득한 논둑길이 정다운 꿈속, 고향의 5월을 만나보세요.

 

 

 

 

 

 

 

옛 얼굴들이 그리워 내 결혼식 때의 동네 사람들 얼굴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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