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1
며칠 전 영전에서 얼굴을 보고 왔으면서도 오늘 다시 보니 반갑다.
늙어 가면서도 입담은 여전하고 입은 역시 걸다.
그 답지만 나이 탓인가? 힘은 많이 빠졌다.
말을 올린지가 결혼하고 였으니 그전에는 그냥 샘 골목 어린 시절의 동무였었다.
객지에서 내려오니 결혼했다 길래 양지몰 꼭대기로 찾아가니 소금이랑 소꿉놀이하듯이 아옹다옹 살고 있었다.
이제 결혼했으니 말도 올리고 형이라고 할게요 했더니 소금이 가 금방 술상을 내왔다.
그 집 모방 앞 샘터 옆에는 노란 치자꽃이 피었고 동원이 형만 있었던 자전거 바퀴 도랑태가 그리도 좋았던지 어느 날 그도 굴리고 있었으니
남창 복기형이나 봉원이 형님이 구해 주셨을 것이다.
도방끌에 청지골 동원이 형만 안 보이면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이김 질 하고 오기가 창창했었다.
개인 욕심이 많고 그에 대한 말들이 고향 가면은 항상 들리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대외적으로 영전의 위상을 높여주고 사업 하나라도 군에서 가져올 수 있는 사람도 그였다.
다른 사람들이 축내버린 바다를 찾거나 더 이상 뺏기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낸 사람도 그였고
인석이 이후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고 새벽을 맞이했던 샘 골목의 지기이기도 하지만 영전의 핵심적인 이야기도
재권이 아니면 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오늘,
병대는 일찍 갔지만 술자리에서 강한 영전의 냄새를 맡았다. 남들이 보면 거칠고 무례한 좌석 같겠지만 우리들은 익숙해서 그냥 좋은 것이다.
객지의 하늘 아래서 이처럼의 호연지기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사내의 체취가 지워져 가는 나이에 경륜이 말해주듯 익을 데로 익은 농후한 언변과 행동들이 파트너인 여인들의 가슴을 심쿵하게도 하지만
놀래지 않게 적당하게 리드하는 묘미도 그다웠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했든가?.
흐르는 물과 같이 어느덧 강폭은 넓어지고 색깔은 탁류가 되었다.
각자의 골짜기에서 빠르게, 혹은 느리게
물빛은 맑고 청아하게, 혹은 진흙탕으로 흘렸던 물줄기가 강으로 모였고 더 넓은 바다를 향해 가고 있지만
바다의 오묘하고 심오한 깊이를 아직은 모르기에 막바지 인생의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회선이,
오늘은 그가 있어서 또 하루가 갔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