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호박] 노래방.
노래방은 룸이었고 단란주점은 홀이었다.
홀을 지나 노래방에 들었는데,
상현이가 큰애랑 온다고 전화가 왔다.
소음 때문에, 통화하고 기다리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옆은 [대부] 노래방.
절 주변의 상가 지역이다.
그쪽도 동창인가 보다 남녀가 들락날락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우리랑 똑같다.
그런데 팔짱도 낀다. 위험수위 아닌가?
누군 손도 쓰다듬지 못하게 하던데....
[호박] 노래방 앞에 긴 의자가 있어 앉아 있는데
단란주점에서 두 쌍이 나와 아줌마 두 명은 앉고 사 내둘 은 서있다.
말하는 본새가 좀 야릇하다.
머리가 온통 백발인 사내가 심각하게 말문을 연다.
“희야. 어릴 적부터 난 너를 좋아했는데 니는 다른 쪽만 보더라”
“그래, 나도 알었다, 근데 넌 지금도 날 생각 허나”
“하모! 난 변함없다”
“글나, 우짜꼬 넌 어릴 때나 지금이나 와 그리 눈치가 없니 옆에 사람이 있는데”
하면서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양복쟁이를 쳐다본다.
양복쟁이가 백발에게 한마디 한다.
“와 ㅡ 니 징하 데이 지금도 그라나”
“그래, 억수로 좋아한다 카이”
희야란 아줌마가 대뜸
“치와라, 문둥이 자식이 속도 모르고”
...........
백발 하고 양복쟁이가 서먹하니 서로를 바라본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아줌마가
“니들 와 그러는데, 좋아하면 안 되나. 어릴 때부터 너희들은 희야만 쳐다보고 난 늘 혼자 인기라”
백발 하고 양복쟁이가 동시에
“그랬나 ㅡ.....”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백발이 희야란 아줌마를 유혹한다.
“와 이리 춥니, 희야 춥재”
어디 다른 장소로 이동 하자는 속셈일 거다.
그런데 희야란 아줌마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아니, 난 땀나는데. 니 추부면 들어가그라”
슬며시 양복쟁이 손을 잡는다.
백발이 다가 가 옆에 앉으며
“손 놓라 손모가지 분질러 놓을 거라, 와 그라노”
양복쟁이가 웃으며
“와 열 받니, 손 한번 잡혔는데 그렇게 쉽꼿나”
다시 백발이 일어서며
“니 그러면 안 된다 와 이리 몰라주니 내 일편단심 아이가 사나이 진심인 거라
희야 조 가시나가 일찍 시집갈 때 내 울었다”
이때 또 다른 아줌마가 끼어든다
“치와뿌리라 뭔 지랄이고 지금 탈 나면 안 된다 우리 동창 아이가 고마 동창 하제가
다 소용없는 거라 맴에 품고 있다고 참말로 품에 안겨오나 그만 하제가”
그때 상현이가 도착해 주차장으로 큰애랑 걸어오는데
마침 노래방에서도 우리 동창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 변함없는 우리 동창들이었다.
그 아줌마 말이 귓전에 맴돈다.
[우리 동창 아이가 고마 동창 하제가]
다음날 새벽,
엊저녁 우리가 앉았던 그 자리, 팔각정 밖 탁자에서
백발은 다른 사내 둘이랑 셋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밤새웠을까.
그러지는 않았겠지 동창인데, 동창이라 했는데
아마도 자고 일어나 운치 있는 해장술을 즐기고 있을 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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