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스크랩] 동창.

홍률 2011. 11. 11. 22:50

<!-BY_DAUM->

 

 

 

 

 

 

 

[호박] 노래방.

노래방은 룸이었고 단란주점은 홀이었다.

홀을 지나 노래방에 들었는데,

상현이가 큰애랑 온다고 전화가 왔다.

소음 때문에, 통화하고 기다리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옆은 [대부] 노래방.

절 주변의 상가 지역이다.

그쪽도 동창인가 보다 남녀가 들락날락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우리랑 똑같다.

그런데 팔짱도 낀다. 위험수위 아닌가?

누군 손도 쓰다듬지 못하게 하던데....

 

[호박] 노래방 앞에 긴 의자가 있어 앉아 있는데

단란주점에서 두 쌍이 나와 아줌마 두 명은 앉고 사 내둘 은 서있다.

말하는 본새가 좀 야릇하다.

머리가 온통 백발인 사내가 심각하게 말문을 연다.

“희야. 어릴 적부터 난 너를 좋아했는데 니는 다른 쪽만 보더라”

“그래, 나도 알었다, 근데 넌 지금도 날 생각 허나”

“하모! 난 변함없다”

“글나, 우짜꼬 넌 어릴 때나 지금이나 와 그리 눈치가 없니 옆에 사람이 있는데”

하면서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양복쟁이를 쳐다본다.

양복쟁이가 백발에게 한마디 한다.

“와 ㅡ 니 징하 데이 지금도 그라나”

“그래, 억수로 좋아한다 카이”

희야란 아줌마가 대뜸

“치와라, 문둥이 자식이 속도 모르고”

...........

백발 하고 양복쟁이가 서먹하니 서로를 바라본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아줌마가

“니들 와 그러는데, 좋아하면 안 되나. 어릴 때부터 너희들은 희야만 쳐다보고 난 늘 혼자 인기라”

백발 하고 양복쟁이가 동시에

“그랬나 ㅡ.....”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백발이 희야란 아줌마를 유혹한다.

“와 이리 춥니, 희야 춥재”

어디 다른 장소로 이동 하자는 속셈일 거다.

그런데 희야란 아줌마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아니, 난 땀나는데. 니 추부면 들어가그라”

슬며시 양복쟁이 손을 잡는다.

백발이 다가 가 옆에 앉으며

“손 놓라 손모가지 분질러 놓을 거라, 와 그라노”

양복쟁이가 웃으며

“와 열 받니, 손 한번 잡혔는데 그렇게 쉽꼿나”

다시 백발이 일어서며

“니 그러면 안 된다 와 이리 몰라주니 내 일편단심 아이가 사나이 진심인 거라

 희야 조 가시나가 일찍 시집갈 때 내 울었다”

이때 또 다른 아줌마가 끼어든다

“치와뿌리라 뭔 지랄이고 지금 탈 나면 안 된다 우리 동창 아이가 고마 동창 하제가

 다 소용없는 거라 맴에 품고 있다고 참말로 품에 안겨오나 그만 하제가”

 

그때 상현이가 도착해 주차장으로 큰애랑 걸어오는데

마침 노래방에서도 우리 동창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 변함없는 우리 동창들이었다.

 

그 아줌마 말이 귓전에 맴돈다.

[우리 동창 아이가 고마 동창 하제가]

 

다음날 새벽,

엊저녁 우리가 앉았던 그 자리, 팔각정 밖 탁자에서

백발은 다른 사내 둘이랑 셋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밤새웠을까.

그러지는 않았겠지 동창인데, 동창이라 했는데

아마도 자고 일어나 운치 있는 해장술을 즐기고 있을 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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