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음력 8월 13일과 14일.
고향을 향하지 못했고
조상님과 부모님 성묘길도 택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히, 혼자 쓸쓸히 계실 형수님도 뵐 수 없는 선택을 하고서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어느길을
해가 넘는 늦은 시간에 무작정 떠났습니다.
동명항
등대가 있는 언덕 아래
바닷속 바위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달려드는 파도를,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를
안고만 싶었습니다.
팔각정은 괴괴하고
별은 바다 위에 무수한데
고향은 너무 멀어
더 이상의 서러움은 부질없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냥의 오늘로 있겠습니다
등대 밑 언덕 아래 큰 별의 모텔에서.....
비가 창문을 두들이고
소리는 잠결에서도 리듬으로 들어왔습니다
주섬 주섬의 출발이 어제를 보내고
오늘로 접어드면서
또 다른 빗속의 산행을 하자 했습니다.
빗물이 눈동자를 파고들며
나뭇가지에 스치는 물방울들이 그렇게도 시원스레 빰을 때렸습니다.
우거진 산속
미끄러운 비에 젖은 비탈
흑백이 선명한 운지
운무가 내려 안고 그래서 피어오르는, 비에 가득한 추석 전날의 깊은 골짜기
산 냄새 익어가는 우중의 오늘이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가평으로 들어서면서 코스모스도 피어있어
젖은 마음도 바꿔 입은 옷처럼 가뿐하고
산천은
하늘도 없이 무척이나 선명했습니다.
내일은 늘 기다리는 날이고
기다리던 그 내일이 오늘을 거쳐 어제로 가버리는 우리네 세상사.
일상의 흔적이 이처럼 뚜렷해서
내일은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 싶습니다
달이 있는 밤하늘은 꽃도 함께이고, 깊은 술향기 더욱더 향긋하게 다가올 테니
고향이 아니어도 그런 것처럼 그렇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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