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우물가에 언제나 있었습니다.
그냥 잎만 무성한 채로 봄을 보내고 어느 여름날 하얗게, 혹은 알록달록 송이송이 피어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땐 별반 흥미를 끌지 못했던 우물가 옆의 자줏빛 꽃무리가 지금은 이렇게 아름답게 떠 오릅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아니 어쩌면 보지 못했던 까닭이겠지요.
수국!
그래서 작년에는,
형수님이 우물가에서 큰 채 토방 앞으로 옮겨놓은 수국 한 뿌리를 가져와 유리 창가에 심었습니다.
그래서 우물가의 그때처럼 지금 잎이 무성합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어도 틈만 나면 쌀 뜸 물을 받았다가 물을 줍니다 건물 처마선 안이라 이슬을 맞지 못하니까요.
꽃이 피기를 기다립니다.
그때는 무심했던 관심 밖의 꽃이 이제는 기다려지네요.
다른 곳에서는 꽃이 폈을 겁니다.
여직 꽃망울도 없고 잎만 무성해 매일매일이 눈길로 재촉을 합니다.
토양에 따라 꽃 색깔이 변한다고 하는데 습하고 기름진 시골의 앞마당 하고는 판이하게 다른
거칠고 척박한 건축 쓰레기의 모래땅에서는 무슨 색깔과 어떤 모양으로 꽃잎이 생겨나나 무척 이도 궁금합니다.
오늘도 쌀 뜸 물을 줍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송이송이 피어나는 시골집 우물가 옆의 그때 그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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