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스크랩] 빗방울은 하나 둘씩 날리고.

홍률 2010. 5. 4. 00:19

 

 

 

가을비를 어른들은 도지기라 했다.

폭풍의 미친 빗줄기

광우.

광풍.

 

곡식은

봄에 싹을 틔워 비로소 세상을 보고

비와 구름을 만나 바람의 쓰다듬을 받으면서

강렬한 태양의 은혜를 입고

어둠의 이슬로 성장의 열매를 맺는다.

 

여름의 황홀한 시간은 가고

늑대의 질주처럼 고독한 달빛은

늪속의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순리가 따르고 자연은 위대해서

가을이면 결실을 맺어야 하건만

쭉정이는 뒤늦게

어기적 거리며 질서를 무시한다.

 

그래서

바람은 노하고

천둥은 때리며

비는 날린다.

 

신은 겁먹고 하늘을 우러러 살고자 하지만

인간은 영악해서 하늘에 맞선다.

 

맺지 못하고

익지 않으며

고개 숙이지 않는

천하의 모든 더딘 것들은

숙살지기의 무서리를 맞을 것이다

 

어른들은 그래서 도지기라 했다.

치우기의 붉은 광풍처럼

가을 들녘의 빗줄기는 그렇게

파고든다.

날리 운다.

간절히 스며든다.

 

슬픈 눈동자.

 

차가운 하늘에 별은 더 빛나고

빗방울은 하나둘씩.

 

 

 

메모 : 200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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