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석골을 회상하며.
일상의 사소한 곳에서 발견하거나 찾아보는 재미로 시간의 여행은 무료하지가 않다.
자료를 찾으면 더 좋은 그림도 있겠지만 우연히 노래를 듣기 위해 CD를 뒤적이다
지금은 사라진 청계천 고가도로를 보고 혼자 보기 아까워 화질은 희미 하지만 그림을 올려본다.
벌써 한 15년 정도 되었나 보다, 청석골을 떠난지도....
사라진 추억의 거리가 이곳에 있고 정든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그림속에있다.
중앙시장의 거대한 상인 집단이 생을 연명하며 막대한 자금이 회전하는 곳,
세계 각국의 뒷골목 정보가 가차 없이 유입되기도 하며
서울의 4개 구가 경계선상 없이 감시의 눈길을 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낮의 분주함이 태양과 함께 묻히고 밤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뜨겁게 달구어 진다.
술은 여자를 먹고 여자는 돈을 좇는다 남자는 허공을 헤매다 공허를 마신다.
끈적한 시선이 허리에 머물면 여자는 노랫소리로 고쟁이를 벗는다.
뿌려지는 밤의 지배자, 배춧잎의 할아버지는 온화한 눈으로 거리의 군상을 지켜보기만 한다.
철거되기 전의 청계고가도로 1.
지금의 청계천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정자의 욕심이 미치는 한도 내에서는 시간을 당겨주었고
그 결과는 서울 시민들의 의식과 가치관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또한, 도심에 젖줄이 생겨 정화되는 대기의 값어치는 시민들의 행복 이기도 할 것이다.
그림 속의 고가도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기억의 뒤안길에서 기꺼운 죽음으로 채색되어갔다.
철거되기 전의 청계고가도로 2.
먼지와 잡상인과 운집하는 사람들로 청계천의 새벽은 열리고
고가 밑의 자동차 경적소리에 개발시대의 템포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을지로의 애달픈 여인은 고가만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하고
낡은 지붕의 무법자, 길 고양이도 도시 비둘기 피하기 술래잡기에 열을 올린다.
정작 수채 구멍의 쥐새끼는 고가 밑을 활보하며 천하를 주유한다.
그 시절의 청계천 풍경이고, 한차레 지나간 도시의 미학이다.
가는 건 사람과, 시간과, 젊음의 정열이다.
세우고 부수는 직업을 가졌기에 구조물은 영원이 아니다라고 늘 생각한다.
몇 천년의 구조물 흔적이 세상에 존재 하지만 영원은 아니며 죄악의 잉태일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열이고, 영원을 위해선 천하를 바쳐야 한다.
현존하는 역사상의 구조물이 그렇다.
천하는 사람이며 사람의 천하는 목숨이다.
청계천 고가도로는 위정자가 세웠으며 위정자가 부수었다.
그들은 정치의 시간을 저울질했고 얻었으며, 영위했다 그리고 시간은 간다.
가수와 청계고가도로.
왜 이리 폼을 잡았을까? 아줌마 어디를 보세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서 누구를 기다리나요
바람은 거리를 휘젓고 태양은 교각 사이로 음영을 짓는데
그대여 여인아 ㅡ
누구를 못 잊어 두 눈은
그렇게도 애타게 갈구하는가!
청계 8가 삼일 아파트 1.
교각 사이로 중앙 부분 아파트의 비상계단이 보이고 그 뒤편 보이지 않은 1층 상가에 충남상회가 있었다.
주인은 함경도 피난민 출신의 70넘은 총각 할아버지였고 업종은 레코드판 도매였다.
만물시장 아줌마들의 우상이었고 다방 아가씨들의 히로인이었다.
세상의 힘은 재력과 권력 이라지만 그걸 온전히 이루고 영위하는 자 얼마나 될까?
청계 8가 삼일 아파트 2.
변화가 시작되는 상징성이 늘 따라다닌다.
최초에 청계천 복개가 이루어지고 고가 가 세워질 때 생겨 났다가
고가 가 헐리우고 복개가 벗겨질 때 사라 졌다.
한영애 1.
청계 8가 중앙시장 입구
종로 6가 관운장을 모신 사당 < 동묘 >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이 자리 중앙시장 입구가 나온다.
시장 쪽으로 우측 첫째 골목이 삼일 아파트 뒤편 만물시장이고
시장 쪽으로 우측 두 번째 골목이 냉장고와 모터, 펌프 등 기계류의 점포가 줄지어 있다.
그 두 번째 골목 중앙부에 청석골이 있었다
수리하기 전까지는 전 주인의 애정과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이국풍의 내부 시설로
감히 손대기가 아까울 정도로 정성을 쏟은 건축물이었다
전 주인은 해병대 사령관을 지내신 분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였을까, 건축 골조는 자재에서부터 시공까지 공병대 스타일이었고
내부 인테리어는 미국식의 문양과 디자인이었다.
청석골은 협객들의 기운을 느끼고자 상호로 썼으며 전혀 도독 놈 심보는 아니었다.
술과 안주는 대체로 푸짐했고 그림쟁이도, 딴따라 패거리도 그들만의 세계를 꿈꾸곤 하는 장소가 되어갔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희미한 한 편의 기억이고 그 거리이지만
잊지 못하는 정령의 연인처럼 불현듯 스물 거리는 파편 조각은 망상의 늪이다.
한영애의 부르스는 흑백과 석양을 물들이고 있다.
한영애 2.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화제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궂은날 술 생각이 나면은 인내하는 수도객 되어 다시 한번 만나나 봅시다 그려.
사진 자료는 CD 케이스에서 카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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