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어느 여름날.

홍률 2009. 7. 28. 10:42

 

 

 

방 낮의 태양이 하늘 위에서 이글 거리고

훅훅 찌는 지열은 밭고랑 사이로 피어오르는데

콩밭 속 열무잎은 적당히도 자랐어라

 

여름 손님 무섭다지만 애 손님 보다야 비할게 못되고

잘 익은 막걸리에 풋김치 감아 매운 고추 한 입이면, 그 맛이야 

한낮, 여름 밥상 아니든가

 

여름은 모시적삼

풀 먹여 다듬이질하고 이슬 맞혀 다름 질 하네

어머니, 숮재 부채질했어요

 

덕석에 누워 은하수 건너 별똥별 쫓아가고

목욕하러 냇가에 갔던 누나는 이른 밤 돌아와 

애저탕을 데워 식구들의, 더디 오는 여름잠을 더욱더 밀쳐 낸다.

 

도깨빈가?  단감나무 밑에 담 고양이 눈빛만 보여

돌담 따라 헤매던 팥죽 서리 서툰 악동은

놀라움에 소스라쳐 담장만 헐고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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