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여자가 귀한 집

홍률 2009. 5. 9. 15:17

 

 

 

부지런한 누나

그 사이 뒷설거지 다 마치고

청소까지 깨끗이

손 갈 곳이 없다

지금쯤 예배당에 있겠지.

 

일주일에 두 동이

어머님은 또

도리 방석에 술밥을 편다

누나가 없으니

누룩이나 찌어야지

어머닌 늘 늦저녁 까지

무언가 하신다

여자가 없는 집

 

아버님께선

아침 소반에 반주 먼저 받는다

아신다.

이 번 것은 손 탔다고 하신다.

다행히 병연 형님댁

새벽 삼마이 그물에서 내가

해물 몇 가지 골라온 것이

더 이상 다른 말씀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영매 누나가

달짝지근한 맛에 바가지로

또 홀짝홀짝 퍼 마셨겠지

현애하고 둘이는

익기 전의 술을 좋아한다

하긴 술방에서 자니까.

 

영신이는 우리보다

저녁이 빠른가 보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으면

꼭 온다

구워 먹던 쪄먹던

둥우리에 감자 맛이란다

여자가 귀한 집

무언가는 해야 한다

그래야 어머닌

일찍 방에 드신다.

영신네도 여자가 드문데

누나는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영란이는 아직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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