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누나
그 사이 뒷설거지 다 마치고
청소까지 깨끗이
손 갈 곳이 없다
지금쯤 예배당에 있겠지.
일주일에 두 동이
어머님은 또
도리 방석에 술밥을 편다
누나가 없으니
누룩이나 찌어야지
어머닌 늘 늦저녁 까지
무언가 하신다
여자가 없는 집
아버님께선
아침 소반에 반주 먼저 받는다
아신다.
이 번 것은 손 탔다고 하신다.
다행히 병연 형님댁
새벽 삼마이 그물에서 내가
해물 몇 가지 골라온 것이
더 이상 다른 말씀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영매 누나가
달짝지근한 맛에 바가지로
또 홀짝홀짝 퍼 마셨겠지
현애하고 둘이는
꼭
익기 전의 술을 좋아한다
하긴 술방에서 자니까.
영신이는 우리보다
저녁이 빠른가 보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으면
꼭 온다
구워 먹던 쪄먹던
둥우리에 감자 맛이란다
여자가 귀한 집
무언가는 해야 한다
그래야 어머닌
일찍 방에 드신다.
영신네도 여자가 드문데
누나는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영란이는 아직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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