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적.

경복궁 / 하늘이 내린 큰복.

홍률 2010. 9. 29. 16:56

 

 

 

 

 

 2010. 9. 26.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 휴대폰으로 찍은 몇 장의 옛 궁궐 정취. 

 

 

 

고종이 대원군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청궁을 창건하고

민비와 동북쪽 끝에서 기거하면서 연못(향원정)을 파고 팔각정을 지어 시름을 달래었다고 한다.

원래는 팔각정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북쪽인 건청궁 앞으로 나 있었다는데 지금은 남쪽인 현재의 위치에 놓여있다.

 

 

 

 

향원정의 맑고 청명한 오후.

연못속에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은 100년 전에도 피어올라 군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으리라.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며 연못에 빠질 듯이  선을 잃어버린 소나무의 청초함이 왕의 가슴속에서는 어떻게 새겨졌을까?

잠 못이루는 북악의 그늘에서,

비운의 왕은 이곳 어딘가에서도 구국의 탄식을 하였으리....

 

 

 

 

 향원정 주변풍경과 휴식객들.

 

 

 

 

님 거기 계신가

나 여기 있네

 

거닐던 낮 과 밤

어디 가고

 

핏물 뿌려 슬픈 장소

극한의 무뢰배 일본의 개들은

 

피 묻은 칼

이곳에서 씻었을까

 

님이여

이곳일랑 떠나지 마소.

 

 

 

 

건청궁.

궁중의 대궐 설계가 아닌 민가 사저의 설계를 고종 스스로 지시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민비가 거쳐했던 곤녕궁이 있고 비운의 황후는 이 곤녕궁에서 일본의 낭인들에 의해 시해됐다.

미국의 전기회사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가 들어와 사용하였으며 이씨조선 한말의 비애가 서려있는 곳이다.

 

 

 

 

향원정 너머 국립 민속박물관이 보인다.

많은 나들이객과 외국의 관광객들이 오후의 한가함을 즐기고 있는데

그 어느 땐가 잃어버린 세월의 흔적이 완연하게 비 처져

불과 100여 년 전 까지도 왕조시대였던 우리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듯 궁의 규모는 크고 방대해 놀라울 뿐이다.

다만 어떤 연유에서든 방치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일반시민이 와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옛 궁궐의 복원에 힘을 쏟아 관리 유지하면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었으면 한다.

 

 

 

 

태원전 너머 북악산의 자태가 몽니스럽게 걸쭉해 솟아있고 그사이 소나무 숲 뒤로 청와대가 앉아있다.

 

 

 

 

경회루 ㅡ

궁녀들의 춤사위 나비처럼 나풀거리고

피리소리, 북소리에 묻히어 하늘가 이어지는데 

웅장 하도다

연못 위에 경회루!

 

 

 

 

 궁 안의 휴식객.

 

 

 

 

단순한 선의 미학

극도의 아름다움.

 

버드나무 아래서 바라보는 루 

소나무 사이 스쳐 풍악소리

 

달빛 받아 금빛인데

궁녀의 가는 허리

 

탄식 속에

주군의 술잔만 비워져.

 

 

 

 

수초

질긴 생명력

수줍은 꽃!

더러운 물속에서도 자태 잃지 않고

피어나는 기쁨

정화의 아름다움이여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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