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저녁
김소월
바람 자는 이 저녁
흰 눈은 퍼붓는데
무엇하고 계시뇨
같은 저녁 금년은...
꿈이라도 꾸면은!
잠들면 만나련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 때.
흰 눈은 퍼부어라.
저녁밥 짓는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저녘 무렵
눈이 내렸습니다.
가 파래 눈이 하늘 가득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하얀 하늘 속에 동네 까끔이 보이지 않고 바로 앞집 원옥이네 지붕도 금방 눈이 쌓여 하얗게 변해 버렸습니다.
그때
난 김소월의 시집을 보고 있었고 마침 눈이 내려 [눈 오는 저녁]을 되풀이하고, 되풀이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새삼 스러이 어린날의 눈 오는 저녁이 떠오른 것은
그때의 그 하염없는 가 파래 눈이 하늘도 가리고 하얗게, 하얗게 오늘도 퍼부었으면 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동네 까끔도 보이지 않고 앞집의 초가지붕도 눈 속에 덮이겠지요.
눈을 타고 그가 올 것만 같습니다.
하얀 세상으로,
그토록 기다리던 그가 눈을 타고 올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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